4분기도 낙관적, '연간 기록' 기대감
"'빚투·영끌'의 최대 수혜자" 비판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5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7~9월) 순익이 4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너나 할 것 없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까지 실적 잔치에 동참하면서 이들 지주가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이익 규모를 뛰어넘었다.
당초 정부의 가계대출 죄기로 은행 등 계열사들의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저금리 환경 속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으로 급팽창한 금융시장의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비은행 부문의 이익 성장 등도 금융지주들의 신기록 행진을 이끈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순익은 4조6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1004억원)보다 13.7% 늘어난 수준이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은 지난 3분기에 거둔 순이익 1조1157억원을 포함한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3조55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나 늘었다. 4분기가 남아 있음에도 이미 지난해 올린 순이익 총액(3조4146억원)을 넘었다.
KB금융은 올해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한 3조772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신한금융을 앞서게 됐다. KB금융은 지난 3분기에만 1조297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3~5위 자리에 있는 여타 금융지주 역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에만 9287억원, 누적 연결 기준으로는 2조68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3조 클럽'을 눈앞에 뒀다. 우리금융은 1∼3분기 2조1983억원을, NH농협금융은 1조8247억원을 벌어들였는데, 모두 역대급 실적이다.
지주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으로는 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 이익 급증이 꼽힌다. 대출규제가 연일 지속됐으나, 불안 심리가 고조된 수요자들이 대출을 미리 받으려고 몰려든 데다 '빚투·영끌' 수요 역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셋값 급등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 대출도 대폭 늘었다.
실제로 3분기 말 현재 원화대출금을 보면 KB국민은행(311조8000억원), 신한은행(263조7000억원), 하나은행(254조3520억원), 우리은행(258조1000억원), NH농협은행(252조4516억원) 등 순으로, 작년 말 대비 5.5~6.9% 증가했다.
여기에 시장 금리 인상,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우대금리 축소 등의 영향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 또한 금융지주들의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양호한 실적도 호실적에 한몫했다.
같은 기간 각 지주의 이자 이익은 KB금융(8조2554억원), 신한금융(6조6621억원), 농협금융(6조3134억원), 우리금융(5조890억원), 하나금융(4조994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10.2%, 5.9% 14.9%, 15.3% 각각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5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이익 규모를 일제히 넘어섰다. 이런 흐름이라면 4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의 이번 역대급 실적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과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등에 앞서 돈을 미리 빌리려는 가수요가 이어진다면 4분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