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평협 노조 단체교섭 중지"···사측 "임협 불가"
노조 "무노조 경영 전략 부활···임협 올해 넘길 듯"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무노조 경영'을 버린 삼성의 네 번째 노조인 삼성화재 노조가 설립된지 약 1년10개월이 흘렀지만, 노사 갈등은 여전하다. 복수노조 문제로 교섭권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삼성화재의 임금협상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지난해 2월 출범했다. 삼성화재 설립 68년 만에 첫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삼성화재 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단체로, 출범 당시 무노조 경영이라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바꿀 거라 다짐하며 사측에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요구했다. 현재 삼성화재 노조에는 내근직 600여명과 보험설계사 34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평협)'도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평협은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지속해 오던 기간에 임금 협상 등을 진행해오던 단체다. 평협 노조 조합원 규모는 삼성화재 직원의 50% 이상인 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협은 노조 설립 이전부터 직원이 입사하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구조라 조합원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복수노조가 설립되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졌다. 가장 먼저 출범한 삼성화재 노조가 임금 및 단체 협상권을 주장했으나, 평협노조가 조합원 규모를 근거로 서울지방노동청에 이의 신청을 냈고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화재 노조는 지난 7월 평협 노조가 설립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노조 설립 무효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평협 노조는 어용 노조로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평협 노조가 규약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 평협이 회사를 위해 노조 대신 구성된 조직이라는 점, 삼성화재 내 진성노조 설립을 저지하고 회사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결국 지난 9월 법원은 삼성화재 노조 측이 제기한 '평협노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평협노조가 사측과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임단협 지위를 놓고 노사간 상황이 복잡해지자 지난 11월 최영무 사장이 직접 나서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는 사측이 수수료를 대폭 삭감했다는 지적과 함께 임금협상을 요구했다.
최 사장은 실무진에게 삼성화재 노조 측의 요구 사항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이후 임금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나올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화재는 공문을 통해 "평협노조가 교섭대표 노조라는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회사가 삼성화재노조와 협의할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교섭권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삼성화재의 임급협상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원이 삼성화재 노조가 신청한 가처분 인용하면서 본안소송의 결론이 날때까지 협상이 잠정 중단됐고, 삼성화재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협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 위원장은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사측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내년 5월13일에 삼성화재 평협이 가진 임금협상권이 만료되는데, 이때까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버린다고 했지만, 어용노조를 앞세워 임금협상을 미루는 상황을 보면 예전 노사전략과 별 다를게 없다"고 지적하며 "사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삼성의 노사전략이 부활했다는 우려와 지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