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태' 징계 최종 결정 내년···'연임론' 약화 요인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내년에도 임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증권사 CEO들과 달리 정 사장의 거취는 아직 불분명한 편이다. 호실적을 이끈 공을 보면 연임에 무리가 없지만, 사모펀드 사태 등이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정 사장은 같은 달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2번 연속 연임에 성공한다면 오는 2024년까지 6년간 NH투자증권을 이끌 수 있다. 창사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수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정 사장의 연임이 가장 긍정적으로 점쳐지는 요인은 단연 실적이다. 정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전문 분야인 IB를 위시한 전 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증권업계 두 번째로 초대형IB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시장 진출도 이뤘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601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순이익 역시 7426억원으로 연간 순이익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3분기 증시 위축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주춤했지만, 1~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전통적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크래프톤 등 '대어'들의 IPO를 주관했고, 회사채 인수 업무 등 주요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자산관리(WM)와 운용사업 부문 역시 어려운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도 높은 성과를 올리며 호실적에 일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대부분 CEO의 연임 전망이 밝은 것은 그만큼 높은 실적에 근거한다"면서 "내년 증시 부진에 따른 감익 전망이 속속 나오는 만큼, 기존 CEO의 관록을 신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변수···"연임, 대주주 뜻에 달려"
그간의 성과만 두고 보면 정 사장의 임기 연장 가능성에 이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옵티머스 사태가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5000억원대 환매 중단을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모펀드 사고로, NH투자증권이 최다 판매사다.
정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통제 미흡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상태다.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내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면 정 사장의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 판매사 CEO 중징계가 과도하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징계 수위가 완화될 수 있다. 한 단계 감경되면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로 연임이 가능해진다. 더구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감원 대상 중징계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호실적을 이끈 CEO라 해도 다른 변수에 의해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면서 "NH투자증권의 경우, 농협금융지주 일부에서 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점은 '연임론'이 약해지는 요소"라고 귀띔했다.
정 사장은 사모펀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조건적 배상이 아닌 투자자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 양수를 통한 원금 반환이라는 해결책을 제시, 투자자 보호와 주주 이익 극대화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정 사장이 연임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임에 대해 어떤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며 "거취 문제는 대주주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