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 수장 중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유임됐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화재 신임 대표이사에는 홍원학(57) 부사장, 삼성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에는 서봉균(54) 삼성증권 부문장이 각각 내정됐다. 이들 내정자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또 삼성카드 김대환(58) 대표이사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삼성그룹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 삼성'의 청사진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미래 경영진 후보군을 발굴하는데 방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영무(58) 삼성화재 사장의 유임이 거론됐으나 세대교체 기조가 커지면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지난 2018년 선임돼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최 사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였다. 삼성 그룹 내 세대 교체 바람 속에서 후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최 사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원학 내정자는 1990년 삼성생명 공채로 입사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로 잠깐 금융업을 떠났다가 다시 삼성생명으로 돌아와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3월 삼성화재로 적을 옮겨 자동차보험본부장직을 맡으면서 리더십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이라는 평가다.
또한 홍 내정자는 내부적으로 소탈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법인영업과 퇴직영업 등을 총괄했던 경험 때문에 '영업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홍 내정자는 취임 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디지털 혁신 전환에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손해보험 출범이 임박한데다 실손·자동차보험 등 주요 시장이 포화상태로, 언제든 1위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삼성화재는 홍 내정자가 내년 창립 70주년을 맞는 삼성화재의 질적 성장과 미래사업 경쟁력 제고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내정된 서봉균 삼성증권 부문장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 졸업 후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삼성증권 운용부문장을 맡았다. 올해는 삼성증권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장으로 운용 부문을 이끌었다.
그동안 삼성자산운용을 이끌어온 심종극(59) 대표 역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과 마찬가지로 잔여 임기(2023년)가 남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직을 맡을 예정이다.
삼성카드도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김대환 대표이사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결정했다.
김대환(58)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마케팅전략그룹 담당임원, 경영혁신그룹장 및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수익 악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해 여러 악재를 돌파했다는 평이다.
김 사장은 합리적일 뿐 아니라 참신한 전략과 과감한 혁신으로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급변하는 카드업계에서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 창출을 이끌어 낸 점도 사장으로 승진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카드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이익은 421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0.2% 증가했다.
김 사장은 향후 고객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와 마이데이터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의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아 1년간 금융당국 승인이 필요한 신사업 진출이 불투명해졌지만, 최근 삼성생명이 중징계를 피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영묵(57) 삼성생명 대표와 장석훈(58) 삼성증권 대표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유임됐다. 두 대표의 임기는 각각 2023년 3월, 장 대표는 2024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