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잡아라"···은행, '신파일러'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중·저신용자 잡아라"···은행, '신파일러' 시장 선점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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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신용평가 때 비금융정보 두루 반영
당국의 신용대출총량 관리 한도 제외 가능성에 '촉각'
은행 ATM (사진=김현경 기자)
은행 ATM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부터 중·저신용자들의 가계대출 문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서다.

특히 그간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했던 시중은행들도 내년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최근 금융정보 외에도 비금융 정보를 두루 반영할 수 있는 신용평가방식으로 개선하고 있는 터라 그동안 소외됐던 고객 유입도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고도화한 신용평가모형(CSS)을 도입·활용에 나서고 있다. 기존 금융정보에 비금융 데이터 반영을 확대하는 등 방식으로 고객층 확대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하나은행의 경우 입출금 통장 거래 내역을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 사회초년생·주부·노년층 등 대출 및 신용카드 이력이 부족해 신용도 측정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모형으로, 하나은행은 10개월에 걸쳐 이 모형을 자체 개발했다.

모형의 특징은 기존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신용정보에 하나은행 입출금 통장의 거래내역 등 신용도 상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데이터를 결합해 신용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보다 정밀한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는 물론,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고객 역시 이 모형으로 인해 대출 실행·추가 한도 부여 등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타 시중은행들도 이미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적용 중이거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개선한 '비대면 중금리 신용평가모형'을 적용, 중·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신용을 평가할 때 통신정보·유통정보·가맹점 정보 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신용평가모형을 지속 개선 중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신파일러를 위한 대출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 주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KB 처음이지(EASY) 신용대출'을, 신한은행은 이달 일회성 일을 하는 근로자 '긱 워커(Gig Worker)'를 위한 '신한 급여선지급 대출'을 출시했다. 이들 모두 고신용자보단 신파일러를 공략하기 위한 상품이다.

업계에선 신파일러를 새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은행들의 공략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한다. 중금리대출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숨은 고객을 찾으려는 은행들의 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구체화하거나 이들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한다면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이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되는 방안이 확정될 경우, 관련 상품 출시와 추가 시스템 정교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 최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대출 중단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정책서민금융을) 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파일러들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 신용평가모형 개발은 마친 상황"이라며 "포용 금융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당국의 기조가 이어진다면 관련 상품 출시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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