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올해 상반기까지 운임 상승세 지속···코로나 종식 '관건'"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까지 겹치면서 세계 곳곳의 물류대란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여파로 글로벌 해운 운임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자 국내 수출입 중소기업들 또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해운사들과 선박 지원 등의 차선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물류난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109.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공식 선언한 시점의 SCFI(911.85, 2020년 3월 13일) 대비 5배가 넘는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9주째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노선 운임이 크게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주 서안 노선 운임도 전주(7681달러) 대비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13달러 오르며 7994달러를 찍었다. 이 또한 역대 최고치다. 항만 적체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주 동안 노선 운임도 1FEU당 254달러 상승하며 최고치인 1만1833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최고치인 7777달러로 집계돼 전주 대비 26달러 올랐다.
시장에서는 중국 춘제(春節, 중국의 설) 등 특수기에 접어들면서 물류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오미크론이 발발하자 일부 국가가 봉쇄조치를 강화하면서 운임이 급상승한 것으로 봤다.
바이러스 장기화로 인해 보복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물량은 쌓여가는데 항구는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봉쇄조치도 강화되면서 이를 해소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북미 주요 항구인 로스엔젤레스(LA)·롱비치항 등에서 물류 병목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은 주요 항만을 24시간 운영으로 확대하고 컨테이너 적체 벌금 등의 조치를 통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려 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물류난은 더 가중됐고 현재는 항만 인력 부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일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무역·물류·해운업계와의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중소 수출입기업 관계자들은 "물류비 비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국내 수출입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수출입 물류 전망' 설문조사 결과가 이들의 경영난 상황을 방증했다. 91.2%가 '수출입액 대비 물류비의 비중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물류 수출입 시 예상되는 애로사항에서도 물류비 급등을 1위로 지목했다.
해수부와 산업부는 수출입 물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 화주 전용 선복량을 지난해 55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올해 900TEU로 확대 △미주 등 주요 항로에 매달 4척 이상의 임시 선박 투입 △물류비 지원 규모를 지난해 266억원에서 20% 늘어난 320억원으로 확대 △물류 인프라 확충 위해 해외 공동물류센터 3개소(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스페인 바르셀로나항,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항) 신규 개장 등의 대책을 냈다.
한국무역협회(무협)도 HMM, SM상선, 포스코 등과 머리를 맞대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긴급 수출물류 지원사업'을 올해까지 연장키로 했다.
HMM 관계자는 "올해도 지속적인 임시선박 투입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선복을 제공할 것"이라며 "대표 국적선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수출기업들의 화물이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나 물류난이 해소되려면 사실상 코로나 사태가 종료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물류난은 코로나가 끝나야 해결될 문제"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선 수출바우처 등 정부 지원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HMM 등 국적선사는 중소기업 위주로 운영해주면 좋을 듯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