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공식 협상 결렬"···중흥 "딜 끝나야"
[서울파이낸스 이서영,노제욱 기자] 오는 2월 마무리 될 것으로 예측됐던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양측의 '독립경영'에 대한 기준이 상이한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집행임원 인사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19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에 따르면,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 중흥그룹 인수단 사무실 앞에서 출입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우건설 본사에 자리잡고 있던 인수단은 철수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본격적인 인수조건 협상에 돌입하며 5차 실무협의체까지 진행했으나 중흥그룹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 인수단과의 협상이 파행으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독립경영'의 기준이 상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노조는 독립경영을 담보받기 위해 대표이사 내부 승진과 사내 계열사 외 집행임원 선임 인원 제한 등을 제시했다.
이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내부승진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35년 대우맨인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인 집행입원 선임 인원 제한이 갈등을 촉발시켰다. 중흥그룹 인수단은 집행임원 선임에 있어, 내부 인사 보다는 다수의 외부인사로 실무진을 꾸릴 계획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우건설 노조가 너무 강경한 입장이다"며 "정 회장이 이미 독립경영에 대해서 언론에 공표한 상황이라 이를 안 지킬 생각이 없지만 실무진에 어느 정도 중흥 쪽 사람이 들어 가야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실질적인 합의는 결국 결렬됐다. 대우건설 노조는 "집행임원을 다수를 외부 인사로 채우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독립경영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인사 부분을 제외하고도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본부 분할매각 금지 △자산매각 금지 등을 중흥그룹에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중흥그룹과 협상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인수가 마무리되고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가 중흥그룹이 됐을 때는, 실질적으로 노조가 지금보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중흥그룹은 잔금을 치루지 않은 상황이며, 2월 중순께 잔금을 처리가 완료 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2월15일에 임시주총을 진행하고,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 되면서 최종 딜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