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풋옵션 분쟁' FI 손들어···교보생명 IPO도 차질
법원 '풋옵션 분쟁' FI 손들어···교보생명 IPO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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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무적 투자자·안진 회계사 '전원 무죄' 판결
FI "풋옵션 문제 없음 확인···내달 2차 중재 신청"
교보생명 "검찰 항소 기대···IPO 지속 추진할 것"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 조작 논란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일단락됐다.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 임원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약 1년간 이어져온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재판부가 FI와 안진 측의 손을 들어주자,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인 교보생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신창재 회장을 중심으로 한 교보생명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0일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회계사들이 재무적 투자자(FI)인 컨소시엄 관계자들에게 부당한 이득을 얻도록 허위 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하지 않고 FI측 관계자에 의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 회계사들이 FI들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3명의 공인회계사와 나머지 FI측 관계자 2인에 대해서도 전부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 간 공방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받았다.

이후 교보생명이 IPO를 진행하지 않자 지난 2018년 10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점화됐다. 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기업가치평가를 의뢰했는데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며 주당 20만원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안진의 평가가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는 혐의로 2021년 1월에 기소했다.

검찰이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과 추징금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IPO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관측된다. 업계는 이번 분쟁이 표면적으로 신창재 회장 개인과 컨소시엄 간의 싸움이지만 이들이 교보생명 1·2대 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IPO·지배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FI가 원하는 가격으로 풋옵션이 행사되면 지분 가치가 2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예상 기업가치가 약 3조~4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 회장이 소유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FI측은 "교보생명은 1대 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2대 주주와의 계약을 위반하고 풋옵션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분쟁에서 신 회장을 돕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 진정을 남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무죄 판결은 ICC에 이어 국내 법원에서도 FI측의 풋옵션 행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해 준 것"이라며 "교보생명이 신 회장을 지원하는 행위의 적절성부터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FI측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2차 중재 신청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차 중재 판정과 법원의 가처분 관련 판결에 이어 형사 재판에서도 FI들이 행사한 풋옵션과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만큼 2차 중재에서는 신 회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FI측 관계자는 "신 회장은 그동안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안진의 평가보고서가 위법하다는 점을 들었다"며 "물론 이런 주장도 상대방의 보고서와 무관하게 각자의 평가기관을 선임해 가격을 제시하도록 명시된 계약서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 중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중재에서는 신 회장이 처음부터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FI들을 공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검찰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회계사들이 자본시장의 참여자들과 짜고 자신의 책임을 저버릴 때 자본시장의 건전성은 훼손되고, 이는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 전체의 기초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검찰 측이 항소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IFRS17과 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 준비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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