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전면제재 검토와 우리 정부의 동참으로 교역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기업들의 생산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법인을 비상운영 체제로 전환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하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미 러시아에 대한 강도높은 경제 제재를 예고했고, 우리 정부도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우리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를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등 40여개사가 진출했으며, 자동차·부품, 철구조물, 합성수지 등을 수출한다.
제재가 현실화 되면 우리 기업들의 교역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 현지 공장을 운영중인 현대차의 경우 유럽발 부품 수급이 어려워져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거나, 연간 10만대에 이르는 완성차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긴장 상태다.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Kr)은 지난해 전체 수입물량의 절반 가량이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수입됐고, 노광공정에 쓰이는 네온(Ne)도 우크라이나(23.0%), 러시아(5.3%)에서 다수 들여오고 있다.
원자재는 더 심각하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면서 주요 원유 생산국이다. 이날 영국 런던 ICE 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7.022% 오른 103.64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물 WTI도 장외거래에서 98.07달러에 거래되면서 100달러에 거의 근접했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수입 유연탄의 75%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당장은 수입에 문제가 없지만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니켈과 알루미늄도 러시아 생산 비중이 높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응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을 가동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신승관 무역협회 대책반장 전무는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주요 에너지·원자재 교역국 중 하나인데 이번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기업들의 무역환경이 악화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며 "긴급 대책반을 통해 관련 정보와 기업동향, 업계 애로, 피해사례 등을 수집해 정부에 건의하고 대응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 러시아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대비해 '러시아 데스크'를 설치하고, 기업의 수출·투자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최소화 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러-우 사태 대비 실물경제 대응체계(산업자원안보TF)와 연계해 수출통제 관련 우리 기업의 불안 우려를 해소하고 신속한 문제해결과 지원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 핵심적인 공급망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정책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