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뉴욕증시가 이틀째 하락 마감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와 기술주들의 약세가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11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9.88p(0.69%) 하락한 32,944.19로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5.21p(1.30%) 떨어진 4,204.31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6.15p(2.18%) 밀린 12,843.81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5주 연속 하락세를,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과 서방의 제재 강화 움직임, 그에 따른 경제적 여파 등을 주목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다고 밝히면서 개장 초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고, 주말과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에 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양측의 협상에서) 특정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다고 우리 쪽 교섭자들이 내게 전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전략적인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언급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로이홀드 그룹의 짐 폴센 최고투자전략가는 "푸틴의 입에서 휴전 협상에 대한 긍정적 발언이 나온 것은 잠재적으로 좋은 소식이지만, 투자자들은 푸틴의 과거 발언들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얼마나 신뢰해야 할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EU는 이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은 우선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에 따른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마련된다. 미국은 또한 러시아산 보드카와 수산물, 다이아몬드 등 사치품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EU도 러시아의 최혜국 우대 지위를 박탈해 EU가 러시아 상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러시아산 철과 철강 부문 수입을 막고, 러시아 고위층에 타격을 주기 위해 유럽산 명품의 러시아 수출도 금지하기로 했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악화된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3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9.7로 2월(62.8)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62(월스트리트저널 기준)를 하회한 것으로, 2011년 9월 이후 가장 약한 수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리처드 커틴 최고이코노미스트는 "개인 재정은 1940년대 중반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비율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은 의심할 것 없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잠재적 영향"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하면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5%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75%로 하향 조정했다. 전날에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구(IMF) 총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의 새로운 글로벌 전망치는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2%를 넘어섰다.
S&P500 지수 내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통신과 기술, 임의소비재, 필수 소비재가 모두 1% 이상 하락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주식분할 소식에 전날 5% 이상 올랐던 아마존의 주가는 0.8% 하락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도큐사인 주가는 예상치를 밑돈 1분기 실적 전망치 발표에 20% 이상 하락했다.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주가는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7% 이상 하락했다. 테슬라와 루시드의 주가도 모두 5% 이상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한동안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린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반등세가 지속되려면 정말로 긍정적인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의미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라며 "앞으로 엄청난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은 CNBC에 "휴전에 대한 희망이 실망감으로 변하면서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라며 "주가가 또 한 번의 하락 주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증시 영향은 대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쟁과 관련해 금요일 증시가 하락하면서 바닥을 쳤을 수 있다고 봤다.
BOA증권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주식퀀트전략가는 "S&P500이 고점에서 12% 가량 하락한 것은 거품이 많이 빠졌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3월 연준이 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은 95.9%에 달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4.1%,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은 0%로 나타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52p(1.72%) 오른 30.7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