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사태' 증권사 CEO 최종 징계 '안갯속'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같은 사유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정반대 결과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최종 징계 수위도 좀체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전날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불완전 판매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투자자 의무를 도외시해,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당국은 대규모 손실을 부른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행장이던 함 부회장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DLF 불완전 판매'라는 같은 사안을 두고 당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함 부회장도 긍정적으로 점쳐졌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금융권 안팎에서 크게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재판 결과로 CEO 중징계가 타당하다는 점이 인정된 만큼 증권가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함 부회장의 DLF 행정소송 1심 결과는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CEO들의 최종 징계를 가늠할 것으로 관측돼 왔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선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옵티머스 사태에선 정영채 사장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문책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금융사 임원 제재 중 3번째로 높은 수위인 문책경고는 임기를 마친 뒤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된다.
이들 제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사모펀드 판매사 제재를 투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기관 제재만 우선 확정한 바 있다. 정 사장과 박 사장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항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 왔다. 금융위는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최종 징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업계에선 판매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주장이 부쩍 높아진 데다, 손태승 회장이 승소한 점도 금융위에서 징계 감경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들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거나 사실상 확정한 점도 탁월한 경영 성과와 함께 금융위에서 최종 경징계를 받을 것이란 기대도 반영됐다.
그러나 함영주 부회장이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증권사 CEO들의 최종 제재 수위도 예측이 어려워졌다. 함 부회장과 손 회장의 소송 결과가 정 반대로 나타난 만큼, 2심 판결이 난 뒤에야 증권사 CEO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수도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손태승 회장이 승소했을 땐 증권사 CEO들의 중징계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왔지만, 이번 함 부회장 판결이 정 반대 양상이 나타나면서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수위 확정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함 부회장 등 소송 당사자들은 1심 판결이 나온 전날 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에 온라인으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하나은행 측은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음에도 당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