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끼쳐 송구합니다.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삼성전자가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이달 초 GOS 논란이 본격화한 뒤 이용자를 향한 사실상 첫 공식 사과였다. 스마트폰을 비롯, DX 부문을 총괄하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질타성 질의가 나오자 이같이 사과했다.
한 부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GOS는 게임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는 의도로 기획했다"며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적정한도까지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제한해 발열을 최소화하는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지속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 목소리가 많아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배포했다"며 "앞으로 고객 소리에 더 귀 기울여 이 같은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한 부회장의 사과 이후에도 GOS 강제 적용 해제 이후 발열 등 안전 문제나 손상된 신뢰 회복 방안, 원가절감 책임자에 대한 조치 등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같은 날 삼성 멤버스에도 "원가 절감 문제가 핵심인데 뭘 잘못한 지를 모르는 듯", "그래서 결국 제대로 된 보상 얘기는 없는 건가", "설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했으니 할 거 다했다는 건가" 등 성토 글이 올라왔다.
여기에 일부 주주들이 반대했던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된 것도 반발을 부추겼다. 일부 주주들은 갤럭시S22의 기기 성능 고의 저하 등과 관련해 모바일 사업 책임자인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으나 압도적인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최근 최상위 모델(플래그십) 갤럭시S22 시리즈의 통신3사 공시지원금이 최대 55만원으로, 종전 대비 3배가량 상향된 것을 두고는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GOS 이슈가 공론화되고, 갤럭시S22 시리즈 주문 취소와 판매량 감소 등으로 파장이 확산되면서 삼성전자가 이를 진화하기 위한 카드로 공시지원금 인상을 꺼내들었지만 제품 출시 초반 제품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은 "역차별을 당하는 기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출시 직후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위기의 삼성이다. 이런 만큼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뼈저리게 깊이 통감하고 성찰해야 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은 제대로 된 사과와 수습에 있다.
사과에도 적절한 방식이 있다고 한다. 고객의 불만에 먼저 동의하고(Agree), 사과한(Apologize) 뒤 조치할 행동(Act)을 표현하는 것. 3A로 요약할 수 있는데 사과의 진심을 느끼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방식이다. 석연치 않은 해명이 아닌 잘못한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인정과 동의, 진심어린 사과와 향후 보상 및 해결책 제시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