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경상흑자 축소 흐름에서는 벗어나
유가 급등세, 무역적자···한은, 경상흑자 전망엔 '신중'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 2월 경상수지가 22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 감소폭 감소세에선 벗어났지만, 1년 전과 비교해 그 폭은 약 20% 감소했다. 국제유가 급등세에 수출보다 수입의 오름세가 더욱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를 넘어서고, 3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은 향후 경상수지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역시 적자 전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64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22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으며,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 축소 흐름에서 벗어났다. 직전월인 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9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1년 전(80억6000만달러)과 비교해 흑자폭은 16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가 줄어든 영향이다. 김영환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입의 오름폭이 원유 등 원자재 중심으로 더욱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2월 에너지류 수입가격은 148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1월보다는 줄었지만, 전년동월대비 55.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품수지는 42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동월(58억6000만달러) 대비 15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수출(538억7000만달러, 19.1%)보다 수입(496억달러, 25.4%)의 증가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수출의 경우 △석유제품(통관수출 전년동월대비 65.6%) △철강제품(32.0%) △화공품(26.1%) △반도체(23.4%) 등 주요 품목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전년동월대비 16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대로 수입 역시 원자재(통관수입 전년동월대비 36.7%)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자본재(14.1%)와 소비재(14.7%) 수입도 확대되면서 14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통관 기준 석탄 수입은 1년 전보다 171.7% 증가했으며 △석유제품 67.1% △원유 63.3% △곡물 38.4% △승용차 30.8%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상품수지 흑자폭 감소에도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호조에 힘입어 4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서비스수지는 5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1년 전(1억8000만달러)과 비교해도 흑자폭이 3억9000만달러 늘었다. 수출화물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운송수지(19억달러)의 흑자폭이 11억7000만달러 확대된 데 주로 기인했다. 실제로 대표 해운운임지수인 2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경우 1년 전보다 73% 증가했다.
임금·배당·이자 등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17억1000만달러)는 1년 전과 비교해 흑자폭이 5억8000만달러 축소됐다. 배당지급(9억1000만달러)은 외국인투자법인의 배당지급 확대로 흑자폭이 1년 전과 비교해 확대됐으나, 전반적인 배당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줄면서 본원소득수지도 소폭 줄었다.
한은은 3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전망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3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무역수지는 국제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과, 1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2월 흑자로 전환했으나,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지난달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적자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 부장은 "3월 무역적자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수출이 역대 최고 기록을 보이면서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에 수입도 역대 최고 기록을 보이며 한 달 만에 소폭 적자를 시현했다"면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에선 국제유가 급등은 교역조건의 악화로 이어지고, 수입액의 오름폭이 수출보다 높아지게 되면서 경상수지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적자 시현 가능성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경상수지는 통관 기준 수출입차에 선박 운임 및 보험료, 가공 및 중개무역 등을 반영·조정해 편제하고 있으며, 상품수지 이외에도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도 중요한 변수로 볼 수 있다"면서 "과거 유가가 100달러를 넘었던 때가 2011~2013년인데, 당시에도 경상수지는 166억~772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본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83억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67억8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44억9000만달러 확대됐다. 김 부장은 외국인의 채권투자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국내 경제 여건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신용위험에 비해 높은 금리의 메리트가 있지 않나 싶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