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상향·기관투자 활성화돼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제도권 금융에 편입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시장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곳 넘게 난립하던 업체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정식 등록을 거쳐 살아남은 업체들이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면서 수요도 부쩍 늘었다.
업계에서는 성장에 속도를 낼려면 온투업을 둘러싼 규제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투자 한도를 높이거나 기관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테라핀테크, 하이펀딩 등 2개사가 온투업자로 추가 등록을 마쳤다. 이로써 당국에 등록된 온투업체는 모두 44개사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 시행 직전인 지난 2020년 8월 P2P(개인 간 금융)업체가 236곳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업체들이 추려진 것이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P2P업체들은 온투법이 시행되면서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됐다. P2P 대출 특성상 원금 보장이 안 되고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같지만, 부실업체를 걸러내는 '옥석 가리기' 작업이 일단락되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높아진 신뢰도는 대출 취급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 정식 편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업체들은 대출 취급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기준 42개 온투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10조5954억원으로, 전년 말(9조7461억원)과 비교하면 8493억원(8.7%)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은 1조648억원에서 약 1542억원 증가해 1조2190억원을 기록했다. 온투업 등록 업체가 늘고 있는 데다 당국이 금융권 가계부채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고 예고한 후 P2P대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외형적 성장을 이룬 온투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델 고도화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 고객 잡기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6월 렌딧, 8퍼센트와 '온투업 등록 공동 1호'가 된 피플펀드는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모델링과 인공지능(AI)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AI 연구소를 설립, CSS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렌딧과 8퍼센트, 데일리펀딩, 펀다 등 역시 각각 머신러닝(기계학습)이나 비금융 정보를 사업 확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만큼, 금융권은 1금융과 2금융 사이 1.5금융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관련 시스템을 정교화할수록 2금융권에서 넘어오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IT기술을 기반으로 중·저신용자들에 중금리 대출 공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온투업계의 성장엔 한계점이 많다는 시각도 적잖다. 늘어나는 수요에도 투자한도 제한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온투업 전체 업권에 총 3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당국은 법시행을 앞두고 온투업계의 연체율이 10% 중반까지 치솟는 등 잡음이 이어지자 투자한도를 당초 예상보다 줄였다.
기관투자자들은 해당 금융 업권법과의 충돌로 온투업 투자 자체가 어렵다. 온투법에서 은행, 저축은행과 같은 기관투자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음에도 각 업권별 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성장세에 속도를 붙이려면 투자 금액 한도를 높이거나 기관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P2P 업체 관계자는 "온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공급도 늘려야 하는데, 투자한도도 적을뿐더러 기관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해 어려움이 있다"면서 "차기 정부에선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