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면서 폭락했다.
9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53.67p(1.99%) 하락한 3만2245.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32.10p(3.20%) 떨어진 3991.24를, 나스닥 지수는 521.41p(4.29%) 밀린 1만1623.25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종가 기준 2021년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1년 만에 4000 아래로 떨어졌다. 지수는 1월 고점 대비로는 17%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52주래 최고치 대비 28% 하락해 약세장이 깊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국채금리 움직임을 주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4월 CPI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러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동안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어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물 국채금리가 개장 전부터 3.20%까지 오르는 등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3월 초 1.6% 근방에서 거래됐지만 두 달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기술주와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며 장 막판 국채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금리는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연준의 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세계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인터렉티브 브로커스 그룹 창립자 겸 회장인 토머스 피터피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S&P500지수의 적정가는 12개월 주당 순이익의 15~16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3,510~3,744인 수준을 말한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당분간 주가가 높은 변동성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 하에서도 주가는 제한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P500지수의 출렁임은 인플레이션의 경로가 확실시되기 전까지는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며 긴축적인 금융환경과 빈약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3월 말에 나타났던 시장의 반짝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50bp(=0.5%)의 금리 인상을 두세 번 한 후 경제 상황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스틱 총재는 "이 속도와 빠르기를 유지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 번, 아마도 두 번, 혹은 세 번 (금리를 50bp) 움직일 것이며, 이후 잠시 멈춰서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는지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50bp보다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75bp 인상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애초 생각했던 것 보다 지속적이고, 해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완화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주가가 3% 이상 하락하고,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주가는 9% 이상 밀렸다.
기업들의 실적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주가는 회사의 분기 순이익과 다음 분기 가이던스(예상치)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20% 이상 하락했다. 리비안의 주가는 포드가 리비안 주식 800만 주가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20% 이상 폭락했다.
위험자산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비트코인도 7% 이상 하락하며 3만1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 중에서 필수 소비재 관련주만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유가가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6% 이상 하락한 여파로 에너지 관련주가 8% 이상 떨어졌다. 부동산과 임의소비재, 기술 관련주가 3~4% 이상 밀렸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시장이 아직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4.56p(15.10%) 오른 34.7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