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비용 만만치 않아···조합 압박 수단"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조합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시공단은 이미 일부 타워크레인의 해체를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공기 연장은 불가피해졌다.
17일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 따르면 사업지 일부 구역에선 이미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오는 6월부터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을 전면 철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면서 "해체 일정은 건설사별로 상이해 이미 철거에 착수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둔촌주공 사업장엔 총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시공단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호이스트 등 장비 관련 비용을 포함해 유치권 관리 용역, 시설관리 용역, 직원 및 가설 전기, 설비 등 유지관리 비용을 4개사 모두 합하면 월 150억~200억원의 비용이 공사 중단 기간 동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 조합과 시공단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비용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시공단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타워크레인의 설치, 해체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시공단이 본격적으로 조합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용 발생을 통해 시공단이 조합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사 환경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긴 하지만 서울 강남 현장의 25t 타워크레인의 경우 1대당 설치비 3000만원, 해체비 4000만원, 운반비 1500만원 등 대략 8500만원이 들고 여기에 월 임대료 900만~1000만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워크레인 해체는 사람이 직접 하는 작업으로 보통 1대당 3일이 걸린다"며 "안전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여러 대를 동시에 해체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57대 해체만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시간 소요는 또 결국 비용 문제"라고 말했다.
전면 철거 이후 조합과 시공단이 극적으로 협의해 재설치를 하려고 해도 57대나 되는 타워크레인을 구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공단도 이미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철거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재설치 기간은 해당 시점의 타워사의 기종별 보유 대수에 따라 상이하므로 확정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보유 장비가 없어 구매할 경우 그 기한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은 지난달 15일 공사 전면 중단에 들어간 이후 방치돼 있다. 공사가 멈춘 지 한 달 이상이 흘렀지만, 조합과 시공단은 '증액계약서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