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제품·외식·농축수산물 등 전방위 상승
통계청 "현 수준 유지시 연간 4.3% 전망"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 14년 만에 5%대로 치솟았다. 지난 4월(4.8%)과 비교해서도 한 달 만에 0.6%p(포인트)가 뛰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치솟고 소비수요가 회복되면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10월(3.2%)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로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축산물과 개인서비스, 공업제품을 중심으로 전월(4.8%)보다 상승폭이 0.6%p 확대됐다.
5월 물가는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과 전기·수도·가스, 농축수산물 등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석유류(34.8%)와 가공식품(7.6%)을 비롯한 공업제품이 1년 전보다 8.3% 오르면서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 등 유류 급등세가 이어졌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7.6%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 오르며 전월(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세부적으로는 감자(32.1%), 수입쇠고기(27.9%), 포도(27.0%), 배추(24.0%),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등이 크게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 4월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된 영향 등으로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상수도료(3.5%) 등 공공요금 상승률이 컸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외식은 1998년 3월(7.6%)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집세는 2.0%, 공공서비스는 0.7%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1%로, 이는 2009년 4월(4.2%) 이후 최고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고,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반영돼 상승률이 높게 잡혔다"며 "농축산물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다소 오름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5%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어 심의관은 "다음달 물가는 전월비 상승률이 -0.4% 이상 되지 않는 한 5%대 상승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수준이 계속 유지되면 올해는 연간 4.3% 상승률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