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모비스 현금 7476억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50% 출자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회사를 미국에 설립한다. 해당 투자회사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대주주 역할과 동시에 신기술을 보유한 현지 투자 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투자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HMG글로벌(가칭) 신설을 위해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미국 델라웨어에 설립되는 HMG글로벌에는 현대차가 현금 2912억원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30%(4480억원 규모), 기아가 현금 4564억원, 모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2987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출자를 합하면 총출자 규모는 현금 7476억원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50%가 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현물 출자 규모는 현금 투자와 비등한 7467억원이어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그간 보유해온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모두 현지법인으로 넘기게 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8억8000만달러를 들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출자가 완료되면 현대차와 기아, 모비스는 각각 HMG글로벌 지분 49.5%, 30.5%, 20.0%를 보유하게 된다.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에 대한 각각 20%와 10%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다. 법인 설립은 현지 당국의 승인이 완료되는 오는 8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G글로벌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대주주 역할과 함께 확보한 현금 7476억원으로 미래 모빌리티기업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정 회장이 올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등 신사업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HMG글로벌은 현지에서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HMG글로벌 본사가 들어설 델라웨어주는 최근 신기술 기업 창업이 활발한 보스턴 뉴욕 워싱턴DC 등과 가깝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 또한 보스턴 인근인 매사추세츠주 월섬에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신설법인 설립을 통해 혁신기업이 집중된 미국에서 좀 더 신속하게 투자하는 동시에 투자 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자액 중 7476억원에 달하는 현금은 정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약속한 미국 투자액 105억달러 중 일부다.
5월 면담에서 정 회장은 미국에서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기존 예정됐던 55억달러에 추가로 50억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선 기아 전기차(목적기반모빌리티) 전용 공장, 미래 신사업 등에 2025년까지 6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현지 투자법인 설립으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략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신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미국 현지 투자는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필수 선택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40억달러 규모 합작사 설립,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등 미국에서 굵직한 투자를 이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