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도 빠른 속도로 매진···금리 인상기에 뭉칫돈 유입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10분 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케이뱅크가 지난 11일 내놓은 100일 만기 특별판매(특판) 상품 '코드K정기예금'의 얘기다. 케이뱅크는 100일 동안 연 최고 3%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이날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10분 만에 판매한도 1000억원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만기가 비교적 짧은 데다 별다른 조건 없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판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매진되는 것은 최근 은행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자산시장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 머니무브'가 본격 일어나면서다. 그중에서도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은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완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창업 4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선보인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창업 40주년 감사)'도 모두 판매를 마친 상황이다.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은 주 단위로 납입하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매주 납입 여부에 따라 최고 연 4.0% 금리가 적용된다. 10만좌 한도로 출시됐는데, 지난 주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누구나 최고 연 3.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1년제 정기 예금 '신한 S드림 정기예금(창업 40주년 감사)'은 1조원에 달하는 한도가 바닥났다. 4영업일 만이다.
우리은행이 2조원 한도로 출시한 '2022 우리특판 정기예금'의 경우 6일 만에 한도가 소진돼, 예금의 한도를 1조2000억원 늘리기도 했다. 연 3.2%라는 짭짤한 이자가 뭉칫돈을 끌여들였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에서도 연 3%대의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한 이후에는 자산시장에 머물렀던 돈이 은행권으로 움직이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5월 말 679조7768억원에서 6월 말 685조959억원으로 5조319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도 36조7597억원에서 37조4643억원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은행권으로 뭉칫돈이 유입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리 인상이 예고된 데다 증시, 가상화폐 하락장이 맞물리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사상 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p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려야 한다.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계하는 금융 당국의 압박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탠다.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를 앞두고 대출금리는 낮추고 예·적금 금리는 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수신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곳들도 기준금리 인상과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를 계기로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 침체로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특판 상품에 고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상과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이뤄지면 시중 자금이 예·적금으로 회귀하는 역 머니무브 현상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