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원정호 기자] "제로 에너지 하우스 의무화와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에 맞춰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다만 활성화를 위해선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충분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조병영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ICT융합본부장은 18일 서울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육상 및 수상 태양광에 이어 건물형 태양광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상이나 수상 태양광은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큰 데다 경관 훼손과 환경 오염을 우려한 주민 민원이 크다. 반면 건물형 태양광은 별도 부지 확보가 필요 없는데다 도심지 설치가 가능해 걸림돌이 적다. 건축물의 외벽과 지붕 등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BIPV(Building Integrated PV), 즉 건물일체형 태양광은 말 그대로 건축 외장재와 일체화해 외장재 기능과 전기생산 기능을 동시에 한다"면서 "각도에 따라 일부 발전량이 떨어지지만 없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 매우 유용하며 건물주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온실가스 총량과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위해선 에너지 효율 건물 정도로는 어림없다"면서 "직접 재생 에너지를 생산해 전기 사용을 충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중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단계별로 추진하고, 2024년에는 민간 건축물까지 확대 의무화에 나설 예정이다.
BIPV가 국내에서 본격 태동한 것은 이제 1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이 공공 주도로 BIPV의 보급 확대에 나선 것과 달리 국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조 본부장은 "BIPV가 도심의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하기 위해선 '안전성과 외관 디자인' 확보,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 안전성이나 화재 안전성 등을 확보해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가 건물태양광 보급과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본부장은 "기술적 측면에서 안전성 검증이 아직 미흡하다는 게 상용화의 걸림돌"이라면서 "육상 태양광 모듈을 에너지공단이 설비인증 시험평가를 하는 것 처럼 건물형 태양광의 전문적 안전성 확보를 위해 KCL이 마중물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외장재 측면에서의 건물형 태양광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국가적 인증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55억원을 들여 충북 음성에 `건물 태양광 실증센터'를 연내 착공한다. 완공은 오는 2024년이다. 이어 BIPV 보급 확대를 위해 `원스톱 통합 시험평가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조 본부장은 "KCL이 BIPV의 발전 효율을 비롯해 전기안전 시험과 건축 외장재 관련 화재 시험, 단열성 시험, 내풍압 시험 등 각종 인증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뿐 아니라 건물의 세련미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형 태양광도 디자인 측면에서 기술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조 본부장은 제언했다.
조 본부장은 "최근 다양한 색깔을 내는 태양광 모듈이 속속 개발되면서 BIPV 적용에 대한 건축주들의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태양광 모듈은 결정형 실리콘을 사용해 색상이 검푸른데다 획일적인 바둑판 무늬를 띄고 있어 건축물 디자인 측면에서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외관상 획일화된 모듈보다는 다양한 외형과 색상의 모듈이 계속 나와야 건물태양광 보급이 늘 수 있다"면서 "특히 유리처럼 투명한 투광형 태양광 모듈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건물 디자인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조 본부장은 "여러 맞춤형 디자인의 다품종 모듈을 조립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수록 건물 시공이 늘고 건설사에 영향을 미쳐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지는 선순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아울러 시장 전망에 대해 "안전성과 디자인을 갖추면서 BIPV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매년 약 20%의 높은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