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파격인사와 세대교체의 주인공이었던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플랫폼 혁신'과 '채널 혁신'을 핵심 축으로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플랫폼과 채널 혁신 모두 고객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이 행장이 강조해온 '고객중심 경영' 철학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수퍼 원앱(Super One-App)' 전략으로 플랫폼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 행장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앱(다중앱)' 전략이 아닌 하나의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앱' 전략이 플랫폼 혁신의 핵심이라고 봤다.
멀티앱 전략은 고객 접속량을 분산시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비스별로 앱을 일일이 설치해야 하는 등 고객 불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플랫폼의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도 한계가 있다. 카카오뱅크 등 후발 은행들이 가볍고 단순한 플랫폼을 무기로 고객을 끌어모을 때 시중은행 앱들은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외면을 받았다.
국민은행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난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앱 개수가 20개에 육박해 시중은행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편에 속했다. 그러다 멀티앱 전략으로는 플랫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이 최근 들어 커졌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다수 고객을 한 데 모으는 것이 중요한 만큼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수퍼 원앱'을 구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국민은행의 원앱 전략은 이 행장 취임으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 행장 취임에 맞춰 지난해 말 신설된 디지털신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플랫폼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단순 고객 유치를 넘어 다양한 상품과 재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에는 증권, 보험, 카드 등 KB금융 계열사의 서비스를 KB스타뱅킹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능을 확장했다. 또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식, 카드, 자동차, 통신 등 10개 항목을 통해 직관적으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수퍼원앱 전략을 구사하면서 최근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0만명을 넘기도 했다. 현재까지 MAU가 1000만명을 넘은 은행 앱은 카카오뱅크, 토스, 국민은행 등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스타뱅킹의 올해 MAU 목표치는 1500만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앱 개편을 통해 KB스타뱅킹만 있으면 KB페이 결제, KB증권 계좌개설, KB차차차 매물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금융을 넘어 고객의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혁신과 함께 이 행장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것은 채널 혁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 72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9to6 뱅크(Bank)'다. 9to6 뱅크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영업점이다. 국민은행은 오후 4시까지인 기존 영업시간에 영업점 방문이 어려웠던 고객을 위해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6시까지 운영하는 특화지점을 지난 3월 열었다.
'9to6'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업방식을 통해 고객접점을 늘리는 한편, 기존 영업채널을 자유롭게 활용·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플랫폼·채널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이 행장의 최종 목적지는 '옴니채널 완성'이다. 옴니채널은 고객이 오프라인 창구, 모바일·온라인 등을 넘나들며 하나의 연결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을 뜻한다.
이 행장은 올해 1월 취임사를 통해 전국의 모든 영업점이 모바일 플랫폼, 고객센터 등과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옴니채널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실험정신을 기반으로 플랫폼·채널혁신을 이뤄낸 이 행장의 혁신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