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하는가 하면 수천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17일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보석 석방 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던 박 전 회장은 이날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에서 구속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원 3명 역시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3∼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은 큰 경영 주체로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법질서를 준수하고 역할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회사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는 것은 기업 건전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경제 주체들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뿐 아니라 손실을 다른 계열사들에 전가하는 등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금호기업을 만들어 그룹 지주사이자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을 인수하려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작년 5월 구속기소한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말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의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에 쓴 혐의도 받았다.
2016년 4월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하고, 이듬해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등 9곳의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에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싼 이자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