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도 107선 중반 돌파···긴축 경계 확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달러당 1329원에 육박한 환율은 13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네고(달러 매도) 및 당국 경계에 마감 상단은 제한됐으나, 통화긴축 우려에 비(非)달러 통화까지 약세를 보이며 글로벌 강(强)달러 기조가 재차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20.7원)보다 5.2원 오른 1325.9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역외환율의 높은 수준을 반영해 전거래일보다 5.3원 올라선 1326.0원으로 개장한 뒤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장중 한 때 1328.8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종전 연고점인 지난달 15일(1326.7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과거 2009년 4월29일(1357.7원) 이후 13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 환율은 장중 고점을 갈아치운 뒤 네고 물량과 당국 경계 심리로 오름폭이 일부 되돌려지면서 1320원대 중반에서 마감했다.
이날 환율이 4거래일째 오름세를 이어간 데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과 유로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이후에도 강경한 매파 발언을 이어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오는 9월 FOMC에서 한 번에 0.75%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내놨다. 또한 그는 18일(현지시간) CNN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정말 급격하게 금리를 끌어 내렸다가 내년에는 공격적으로 낮추는 그런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시장이) 갖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자이언트스텝을 지지했다. 그는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목표금리를 3.75%~4%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수준의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는 금리 수준으로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시장이) 금리인상을 내년에 낮추길 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런 발언들은 물가 정점론에 따라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낮추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달 유럽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대비 8.9%)도 예상과 부합한 수준을 기록했고, 향후 유럽이 기록적인 폭염 속에 가스 및 전력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에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됐고,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1유로당 1.00735달러까지 오르는 등 지난달 15일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도 현재 107.6선까지 올라섰다. 지난주 미국 CPI 발표 직후 달러인덱스는 104선까지 내렸으나, 긴축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글로벌 강(强)달러 형국이 더욱 강해졌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가 확대되며 달러 약세를 지지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0.61%(15.36p) 내린 2492.69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905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도 전거래일보다 1.44%(11.89p) 내린 814.17로 장을 마감했고, 외국인은 1504억원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