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내년에 세계 증시의 실적 하향조정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랙록은 최근 증시의 반등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며 신저가 종목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40%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이절 볼턴 블랙록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적 하향조정이 점점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년에 꽤 상당한 (이익)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 투자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임박한 경기후퇴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볼턴은 최근 증시 반등에 대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 반등)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비 수요 둔화와 예상보다 더 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로 인해 증시에서 신저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상장사들의 실적이 에너지 위기를 겪는 유럽의 상장사들보다는 나을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은행주(株)와 에너지주는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점쳤다.
은행주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의 수혜를, 에너지주는 공급 차질로 인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주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한 국면이 이어지면서 향후 6∼12개월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철강, 시멘트, 화학주는 유럽 에너지 위기로부터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볼턴은 예상했다.
한편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도 전 세계적으로 '길고 험악한' 경기후퇴가 발생해 미국 증시가 40%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경제학 분야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힌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짧고 얕은 경기후퇴가 아니라 길고 험악한 경기후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런 경기후퇴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이는 공급망 충격과 금융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달렸다고 루비니 교수는 덧붙였다.
경기후퇴를 전망하는 근거로 루비니 교수는 높은 부채비율을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총부채 비율은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을 계기로 2019년 227%에서 2020년256%로 29%p 급등했다. 이는 최근 5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로 부채비율이 20%p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상승속도가 더 가팔랐다.
루비니 교수는 이처럼 금리가 오르고 부채상환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좀비 기관, 좀비 가정·기업·은행, 좀비 국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특히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S&P 500 지수의 하락폭에 대해서도 단순 경기후퇴와 경착륙 등 시나리오별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는 "평범하고 단순한 경기후퇴라도 미 증시의 S&P 500 지수는 30% 내릴 수 있다"면서 경착륙일 경우엔 40%까지도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이 경착륙을 유발하지 않고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가 될 것이라며 판단했다. 사실상 경착륙을 예상하며 40% 하락 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스케줄에 대해서도 그는 다소 구체적 시나리오를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고, 11월과 12월에 각각 0.5%p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