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자이언트스텝 확률 96.3%, 12월 71.5% '껑충'
서툰 '포워드 가이던스' 경험···서둘러 대응 나선 듯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은 간밤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물가상방압력이 여전히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처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이창용 총재가 앞서 한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후 올해 안에 '0.25%p씩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예고하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가 미국 연준의 거듭된 자이언트스텝으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던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은은 14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 CPI 발표 이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상회한 데다,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물가상방 압력이 여전히 크고 광범위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연준의 긴축 기대 강화로 금리는 상승했으나, 주가는 저점 매수 유입 및 영국 정부의 기존 감세안에 대한 수정 기대 등으로 상승했다. 미 달러화는 급등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노동부에서 밝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8.2% 상승했다. 이는 지난 8월(8.3%) 대비 오름폭이 축소됐으나, 시장 예상치(8.1%)보다 높았다. 또한 근원CPI도 6.6% 상승해 직전월(6.3%)과 예상치(6.5%)를 모두 웃돌았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 2년물과 10년물은 각각 17bp(1bp= 0.01%), 5bp씩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8% 내린 채 시작했으나, 장 마감에는 2.6% 급등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DXY)의 경우 0.8% 내렸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준이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고, 국내외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 툴에서는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11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96.3%(14일 기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월 역시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71.5%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총재는 "앞으로도 금융·외환시장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