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7일 장중 1440원을 다시 한 번 돌파했다. 장중 1441원 위로 올라서며 지난달 28일에 기록했던 연고점(1442.2원) 수준에 육박했다.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 우려가 여전히 시장 내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가운데 수급적 요인으로 상단이 제한되면서 장중으로는 오름세를 상당폭 되돌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428.5원)보다 6.8원 올라선 1435.3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뉴욕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의 높은 수준을 반영해 12.4원 높은 1440.9원으로 개장한 직후 1441.4원까지 뛰는 등 지난달 28일 기록했던 장중 연고점(1442.2원) 수준을 위협했다.
환율이 올라선 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주 공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전년동월대비 8.2%)가 예상치(8.1%)를 웃돌면서 연준의 긴축 공포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5%를 웃돈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서는 등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그러나 연고점에 육박했던 환율은 상단이 제한됐다. 수출입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 출회를 용이하게 하는 수출입은행의 선물환 매도 지원 조치 등 수급적 요인에 환율은 오름폭을 일부 되돌린 채 마감했다. 여기에 고점에 올라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 일부 차액실현 매물이 유입됐고, 결제(달러 매수) 물량도 부재했다. 역외에서도 원화 숏(매도)베팅·달러 롱(매수)베팅의 과도한 쏠림 현상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시간대가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 수치도 1년 기준 5.1%, 5년 기준 2.9%로 높게 발표돼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으나,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장중 하락세를 보였다. 전거래일까지 113선 초반대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으나, 이날 중으로는 112선까지 내렸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시행할 예정이었던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양도·이자소득세 비과세 조치를 3개월 앞당겨 이날부터 조기 시행키로 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도해 외환시장 안정화는 물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주 환율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미국 산업생산, 유럽 CPI 발표 등 경제 지표 외에도 중국의 양회 결과, 영국의 재정정책 소식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내일 중국 GDP 양회 결과가 원·달러 환율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제로코로나 등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나 곧 확정될 것이란 영국의 재정정책이 어떻게 운영될 것이지에 따라 국내 환율에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