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증권사가 발행하는 선순위채권이 기업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되고 있다. 이에 한동안 지속됐던 발행 시장의 냉각기가 끝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등 증권사에 대한 불안감으로 증권채 발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이 18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 발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민평금리 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민평금리보다 낮은 소위 '언더 발행' 사례가 나타나면서 증권채 시장에 온기가 돌지 주목된다.
8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1000억원과 400억원 규모 선순위채권 모집을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년물과 3년물 선순위채권을 각각 500억원씩 발행한다. 발행금리는 오는 12일 종가 기준 기업 민평금리 대비 0.05%(5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신한투자증권의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는 이날 기준 각각 5.521%와 5.572%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년물 선순위채권 400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발행 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5bp 낮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의 3년물 민평금리는 이날 기준 5.505%이다.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선순위채권은 오는 14일 발행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증권채가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으로 발행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이투자증권 무보증사채의 발행금리도 개별 민평금리 대비 1년물과 2년물이 각각 50bp, 3년물은 46bp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특히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지급보증을 제공함으로써 ‘AAA’급의 우량 신용등급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당초 모집금액인 1800억원 대비 3배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하이투자증권이 발행한 무보증사채에 대해 증권채라기 보단 사실상 금융지주채라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이 언더발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IB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채권시장이 국고채, 공사채, 우량등급 회사채, 은행계열 여전채 순서로 금리 안정화가 진행된데 이어 증권채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 시장 자금의 '블랙홀'처럼 취급됐던 한전채의 경우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한국은행의 적격담보증권으로 편입됐다. 더나가 정부가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채권 발행 물량 축소, 은행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한전채 발행 금리는 4%대 후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6일 SK텔레콤이 실시한 2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모집 계획보다 8배 넘는 자금이 몰리며 우량 회사채의 시중자금 흡수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가장 우려가 컸던 CP금리도 근래 들어 고점을 찍고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신용등급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9월 22일 이후 50여일 가까이 상승세를 보이다 이번주 연 5% 중반대에서 안착되고 있다.
다만 채권 시장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훈풍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대세다.
아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은 데다, 내년까지 한전채 발행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채권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