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버전 도약 위한 4가지 전략방향 선언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SK스퀘어의 자회사인 오픈마켓 11번가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하형일, 안정은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11번가 2.0버전으로 도약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11번가는 올해 12월 초에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고 하형일 대표와 각자 대표체제를 가동했다. 하형일 대표가 11번가 기업가치 증대에 전념한다면 안정은 내정자는 사업 전반의 성과와 차별적 경쟁력 강화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1번가의 IPO 흥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8월 대표 주관사에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PEF(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에서 투자금 50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2023년 상장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킨 바 있다.
4년 전 투자사들은 11번가 기업가치를 2조 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향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으로서 11번가의 확장성·성과에 대한 전망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익률 등 투자자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투자금 회수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SK텔레콤은 11번가가 상장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3.5%의 최소 수익률을 보장해줬다. 만약 11번가의 IPO가 순항하지 못하면 SK스퀘어는 투자금 회수로 큰 재무 부담을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1번가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6%로 4위다. 네이버(17%), SSG(15%), 쿠팡(13%)과는 2배 이상 차이난다.
업계에선 11번가는 지난해 해외직구 서비스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내놨지만 아직 판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11번가가 몸값을 올리기 위해선 적자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SK스퀘어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1328억 원) 대비 43%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34% 늘은 수치로 2018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가장 높은 분기 매출액이다. 다만 11번가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364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7억원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시장 대응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된 탓이다. 이미 11번가는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694억원을 내며 전년 대비 610%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11번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2.0버전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우주패스 멤버십 출시 등으로 11번가 1.0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2.0 버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중심 해외직구 선도 이미지 구축 △직매입(슈팅배송)을 통한 구매경험 및 상품경쟁력 제고 △멤버십·검색·추천 등 펀더멘털 강화 △미래성장산업 발굴 및 성장기반 확보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온라인 테크 컨퍼런스인 11번가 테크 토크 2022를 열며 무노력 쇼핑(Zero Effort Commerce)을 실현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커머스 테크 체인을 구축을 선언했다. 커머스 테크 체인은 △상품의 이미지나 상품명 만으로 정확한 상품정보를 인식 △시장동향 분석으로 상품 트렌드와 최적 판매가격 판단 △서비스를 통한 고객행동 분석 △검색·추천 알고리즘의 학습(머신러닝) △고객분석 기반 타겟 마케팅 등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서로 연계돼 제공되는 것을 뜻한다.
김지승 11번가 CTO(최고기술책임)은 "무노력 쇼핑이란 고객이 쇼핑의 모든 단계에서 제로(Zero)에 가까운 최소한의 노력만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이는 어느 한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정확한 수요예측·합리적 판매가격 책정·검색 최적화·개인화 추천·쉬운 결제·빠른 배송, 편리한 반품·교환·환불 등 서비스 모든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