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5대 은행 희망퇴직 '칼바람'···2400여명 짐싼다
'역대급 실적'에도 5대 은행 희망퇴직 '칼바람'···2400여명 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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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협·수협銀, 연말 희망퇴직 실시
디지털 전환, 슬림화 수요와 맞물려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말·연초를 앞두고 NH농협은행, Sh수협은행, 우리은행 등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억대 퇴직금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는 데다 올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희망퇴직 조건과 규모도 예년보다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관리자급은 1974년, 책임자급은 1977년, 행원급은 1980년 이전 출생자가 대상이다. 퇴직일자는 내년 1월 말이다.

특별퇴직금 규모는 임금피크제 대상인 1967년생 이전 출생자가 월평균 임금의 24개월치, 나머지는 36개월치로 책정됐다. 이 밖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과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도 지원된다.

이에 앞서 농협은행과 수협은행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농협은행은 이달 최종 퇴직자를 공지할 예정이다. 대상자는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 직원 중 만 40~56세인 직원이다. 특별퇴직금 규모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0~39개월치다. 지난해 최고 기준이 28개월치였던 것을 고려하면 퇴직금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현재 퇴직자 규모는 50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400명 초반대인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수협은행도 지난달 18~22일 전 지급 15년 이상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퇴직금 규모는 최고 37개월치 월급이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도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지난 1일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했다. 퇴직금 규모는 월평균 임금의 32~42개월치다.

이들 은행 외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늦어도 내년 1월 희망퇴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 일정을 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3~11일, 하나은행도 1월 3~7일 희망퇴직을 받았다.

금융권에선 올해 5대 시중은행에서만 2400여명에 달하는 행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터라 특별퇴직금 조건이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등장한 최고 8억1000만원의 행원 퇴직금 규모가 이번에 경신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지난해의 경우 일반 행원의 특별퇴직금 규모가 은행장 보수보다 높은 사례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퇴직직원 5명의 보수총액이 8억3200만~8억7600만원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연봉 8억2500만원보다 높았다. 하나은행에선 지성규 전 행장과 박성호 현 행장이 각각 5억4600만원, 5억3400만원의 연봉을 받을 때 퇴직자 5명이 7억5100만~8억5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디지털·비대면화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은행 입장에서도 상황이 좋을 때 대규모로 인력을 줄일 필요가 있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대면 고객 축소로 연간 수백개에 달하는 지점을 통폐합하는 등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점수는 총 2891개로 전년 동기(3146개)보다 255개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69개 △신한은행 74개 △하나은행 28개 △우리은행 84개 등이 각각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역성장하고 예대마진 축소 압박이 계속되면서 내년부터는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최근 업계의 제일 큰 화두"라며 "당연히 상황이 좋을 때 희망퇴직 조건이 좋을 수밖에 없어 퇴직 신청 인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희망퇴직에 당장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향후 디지털 영업 전략 등을 봤을 때 장기적으로 인력을 빠르게 축소하는 게 더 낫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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