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오브제컬렉션 수요 둔화···"돌파구 찾기 시급"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올해 가전업계는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속절없이 불황을 맞이했다. 이미 포화 된 대형가전 시장에서 가전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수익성을 꽤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실적 개선에는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DA) 매출은 14조7500억원 영업이익 25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67%가량이 감소했다.
가전업계 양대산맥인 LG전자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LG전자의 냉장고, 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사업본부는 영업이익 2283억원, TV를 판매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는 적자를 보였다.
이 와중에 수요 둔화로 인해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삼성전자는 57조3198억원, LG전자는 11조207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2%, 13%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도 영업적자에 빠졌다.
문제는 가전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대표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바이가 가전 사업에서 심각한 실적 하락을 겪으며 결국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 목록에서 사라졌다.
특히 양 사가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TV시장은 암울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5139만대로 지난 분기 대비 12.4% 감소했다.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2억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요 둔화에도 크게 영향이 없는 프리미엄 가전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LG전자의 경우 오브제컬렉션 등 내세웠다. 또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로 경험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섰고, LG전자는 스마트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도 사실상 한계를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제품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3%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비스포크를 이끌었던 이재승 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퇴임한 것에 대해 업계는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의 실적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가성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내년에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전시장의 돌파구 찾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