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 정책접근 신중해야
부동산 버블, 정책접근 신중해야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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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 조사부-김기종 과장

1984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자산가격 상승세는 1987년부터 1991년간 가속화돠어 버블을 형성하였다. 주가는 84~89년간 연평균 27.5%의 상승세를 유지하였으며, 부동산시장도 도쿄중심부 상업지역에서 시작된 지가상승이 일본전역으로 확산되면서 6대도시 상업용 지가를 기준으로 할 때 84~90년간 연평균 27.7% 상승하여 동 기간중 3.34배 상승을 보였다.

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서민층의 불만이 증가하자, 일본정부는 89년 5월부터 공정할인율을 2.5%에서 6%까지 급격히 인상함과 동시에 90년 3월 부동산과 관련된 고강도 규제조치를 병행하였으며, 그 결과 90년 들어 주가가 폭락을 보인데 이어 지가도 91년부터 하락을 시작하여, 98년 지가는 90년 고점대비 23%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주가 및 부동산가격 하락이 내수위축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다시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10년간 반복되었다.

자산버블의 붕괴로 인한 후유증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된 데에는 일본정부의 잦은 정책변경 등 부적절한 대응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일본정부는 버블붕괴의 여파가 생각외로 커지자 91년 7월 이후 9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등 확장정책을 실시하였고, 96년 하반기 경기회복조짐이 보이자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성급한 재정긴축을 실시하였다가, 1년 후 다시 경기가 악화되자 사상 최대규모의 재정지출 및 제로금리 정책을 실시하는 등 잦은 정책변경을 통해 각 경제주체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켰으며, 상당기간 동안 금융구조조정을 늦춤으로써 부실을 키우는 우를 범하였다.

일본경제가 90년대 내내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 경기침체에 빠짐으로써 92년 후반 부동산업체 및 중소금융기관에서 시작된 거품형 파산이 97년 이후로 가면 대기업 및 대형금융기관이 도산하는 불황형 파산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의 휴유증으로 재정파탄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버블형성기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비교하면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일 모두 재정건전화의 필요성으로 재정정책 대신 통화정책에 과다하게 의존한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장기간 저금리기조를 유지한 결과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유입되었으며, 기업금융 축소로 운용처를 찾지 못한 금융기관의 부동산대출이 확대된 점 등 유사한 버블형성의 배경을 갖고 있다. 또한 핵심지역에서 출발한 부동산 가격 급등이 주변부로 전이되는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동경 상업지구 오피스가격 급등에서 출발한 반면, 우리나라는 강남 아파트가격에서 출발하여 수도권을 거쳐 지방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간에는 차이점 또한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일본이 경기활황형 버블로서 기업이 주도한 상업용 부동산 위주의 상승을 보였다면, 우리나라는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개인위주, 아파트 위주의 가격상승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의 당시 주택보급률이 110%를 상회하고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의 서울지역 주택보급률은 2002년 추정치로 볼 때 82.4%에 불과하다.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는 자산가격 상승 및 하락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당국이 과소평가하여 안이한 대처를 한 결과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90년대 초반의 일본과 비교하여 경제 펀드멘탈과 국가재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정책접근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미래성장산업의 육성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가계의 자산구조를 현재의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자산 위주로 확대하는 등 시중부동자금을 선순환흐름으로 유도하는데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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