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공재불사(功在不舍)'.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 것에 달렸다는 사자성어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이 신년사에서 내건 올해 핵심 가치다.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이창권 사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끈 그는 오랜 기간 KB국민카드와 KB지주의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해온 기획통이다. 또한 2020년부터는 지주 전체의 글로벌 사업을 이끈 글로벌 전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KB국민카드 수장으로서 그는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과 맞닥뜨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수습되기도 전에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며 본업경쟁력이 약화됐을 뿐 아니라 본격적 금리인상기를 맞아 조달비용이 폭증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까지 더해져 경영여건은 말그대로 사면초가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1등 카드사'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신년사에서 제시한 고객경험 혁신과 신(新)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는 이 사장의 '뚝심'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먼저 KB국민카드는 고객경험 혁신 측면에서 타 카드사보다 한발 빠르게 플랫폼 고도화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KB국민카드는 모바일홈 앱에 이어 기존 '리브메이트' 앱을 'KB페이(KB Pay)'로 통합, 그룹 내 '원 플랫폼(One Platform)' 구축을 완료했다.
KB페이는 카드사 최초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카드부터 포인트 계좌 상품권까지 다양한 결제수단을 지원한다. 또 송금, 자산, 소비내역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기능을 탑재했다.
이런 플랫폼 전략은 현재 모든 카드사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기본 전략이다. 특히 카드사들이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들에 맞서고자 간편결제 연동시스템인 '오픈페이'를 출시하는 등 플랫폼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의 전략이 더욱 선도적이라는 평가다.
향후 KB국민카드는 KB페이에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와 금융 업권별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중개 비즈니스 영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초개인화 마케팅을 내세운 KB페이는 올해 KB국민카드 도약을 이끌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공들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작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총자산이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6배 가량 증가한 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부문의 성장세가 매섭다.
또한 이 사장은 지난해 말 글로벌사업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고, 프로세스 대행(PA)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해외진출과 해외현지 법인의 경영관리 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결과 KB국민카드는 새해부터 발빠른 글로벌 확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리스사 '아이파이낸스리싱(IFL)' 지분 인수 및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IFL은 프놈펜과 주요 지방도시에 4개의 지점을 둔 캄보디아 내 중위권 리스사로, 오토바이, 삼륜차 등 리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를 통해 KB국민카드는 단기적으로는 오토바이·농기계 등 상품다각화를 통한 신규 고객 확보는 물론 조달비용 절감, 우량 자산 비중 확대 등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IFL을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KB 대한 특수은행'에 통합해 영업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할부금융과 리스 상품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B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PMI(인수 후 통합) 전략과 해외 직원들과의 문화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현지화, 본사의 자금조달 및 리스크 관리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창권 사장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의 가능성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나침반인 고객을 따라 올해를 1등 카드사로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