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걸이TV' 뇌물에 놀아난 '전자정부사업'
'벽걸이TV' 뇌물에 놀아난 '전자정부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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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CNI 영업부장-행안부 사무관 구속…회사측, "회사와는 무관?"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정부의 주요사업중 하나인 전자정부통신망 구축사업이 '뇌물'에 놀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겉은 공정경쟁, 하지만 속은 복마전. 수백억원대의 정부사업 일부가 이같은 '허울뿐인 모습'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검찰수사로 드러났다.

2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구본진 부장검사)는 SI(시스템통합) 업체인 동부CNI 전 영업부장 이 모 씨(44세)가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통합망구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로비를 벌인 혐의를 잡고, 이 씨를 구속 기소했다. 뇌물공여 및 입찰방해혐의다. 그러나, 회사측은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일'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에 의하면, 지난해 5월 당시 행정자치부가 발주한 수십억원대 규모의 전자정부통합망 구축사업을 따내기 위해 실무를 담당한 5급 공무원이 이 사업 실무자로 행자부 전자정부본부에 근무하던 이 모 사무관의 아파트에 찾아가 420만원 짜리 고급 벽걸이 TV를 선물했다.

이 시점은 행자부가 전자정부통합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시도 구간 보안체계 강화 사업'을 공고한 지 바로 며칠 뒤다. 조달청 자유경쟁입찰을 통해 투명하게 사업자가 결정되는데도, 이 씨가 담당 실무 공무원에게 '뇌물'을 쓴 것은 이후 입찰과정을 겨냥한 치밀한 수순이었다.

이 씨가 주목한 것은 조달청 입찰은 기술평가 및 자격 점수를 8대 2의 비율로 적용해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낙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술평가 점수는 통상 7~8명으로 구성되는 기술평가위원회에서 결정된다는 사실. 그는 기술평가위원을 추천하는 데 결정적 권한을 가진 이 사무관에게 이 회사에 우호적인 대학교수 10명의 이름을 선정해서 보냈고, 이 사무관은 7명의 기술평가위원 중 행자부 관계자 2명을 뺀 나머지 외부 인원 5명을 모두 이 씨가 추천한 인물로 채웠다.

위원 명단을 속속들이 파악한 이 씨는 교수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펼쳤고, 결국 경쟁사에 비해 기술점수를 후하게 받아 33억8천만원에 이 사업을 낙찰받는데 성공했다. '벽걸이 TV'에 정부의 중요한 사업이 농락당한 꼴이다. 동시에, 회사에는 결정적 기여를 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벽걸이TV'로 환심을 산 이 사무관을 이용해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법으로 38억8천만원 짜리 '전자정부 통합망 고도화 사업'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또 2006∼2007년 교육부가 발주한 `맞춤형업무정보시스템 1ㆍ2단계 사업'의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하면서, 다른 중소업체에게 자신들이 낸 투찰 금액보다 조금 높은 액수를 적어넣도록 해 모두 21억원 가량의 사업권을 따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장이 지난해 10월 수사망이 좁혀오자 외국으로 달아나고, 관련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장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 등으로 1억여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파악하고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뇌물을 제공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 사무관은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동부CNI 측은 TV 제공 등 불법적 영업 행위는 본인의 영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저지른 개인적 행위로 회사와는 무관하며, 이 부장은 이미 지난해 퇴사 처리됐다고 밝혔다. 회사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개인적인 일 욕심만으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석연찮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설사 그렇더라도 동부CNI는 이번 일로 '이미지 손상'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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