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순이익 23.4% 급락. 지난해 하나카드가 받아든 충격적 성적표다. 디지털 중심 사업 개편, 건전성 개선 효과를 얻고 수익성을 잃었다.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폭등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급격한 불균형이자 수익성 악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하나카드는 상황을 직시하고 전통적인 영업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올해에도 이어질 업황 부진 등으로 그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게 업계 안팎의 분위기다.
◆순이익 23.4% 급락···4대지주 계열카드사 '최악의 성적'
지난 9일 하나금융지주의 공시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이 1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나 급감했다. 이는 3년만의 손실 전환으로, 248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했던 2021년과 대비된다.
카드업계 전체가 업황 악화로 실적이 나빠졌음을 감안해도 골이 너무 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지주계 4개 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은 1조4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하나카드 실적 감소폭의 1/3 수준이다.
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각각 5%, 9.6%씩 감소했다. 우리카드는 오히려 1.8% 증가했다.
하나카드의 수익성 지표 역시 악화됐다. 지난해 말 하나카드의 ROA(총자산이익률)는 1.81%로 전년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ROE(자기자본이익률) 또한 8.98%로 같은 기간 4.12%포인트나 급락했다.
지난해 금융사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달비용이 지목된다. 카드사들은 더욱 그렇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자금조달을 차입금과 회사채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금리 인상은 조달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2021년말 2.372%에서 작년 말 5.536%로 두배 이상 급등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하나카드의 수지비율은 82.93%로 전년 동기 대비 8.8%포인트나 상승했다. 수지비율이란 총수익 대비 총비용이 차지하는 몫으로, 해당 지표가 높아질수록 영업이 비효율적이었음을 뜻한다.
하나카드의 수지비율은 7개 전업카드사 중 가장 높다. 증가율 면에서도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7개 카드사의 수지비율 평균 증가율은 0.36%포인트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신한카드(1.89%포인트)와도 격차가 크다.
또한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카드비용은 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8개 카드사 카드비용 평균 증가율은 4%에 불과했으며, 2위인 롯데카드(12.7%)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나카드의 판관비는 2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한 반면, 영업수익은 7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 간 상관관계가 뚜렷하다.
◆주원인은 대출 감소···수익성 대신 건전성, 전략적 선택?
다른 한편, 하나카드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카드론 등 대출자산 비중 감소가 지목된다. 지난 2019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이 약화되자, 카드사들은 대출 확대로 수익성을 보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하나카드의 카드론 매출액은 3조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나 급감했다. 현금서비스 매출액도 3조980억원으로 1.3% 줄었다.
그 결과 영업수익 중 수수료 수익은 2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하는데 그친 반면, 순이자수익은 3957억원으로 16.2%나 감소했다. 대출자산 감소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가 실적악화를 심화시킨 것이다.
다만 유의해야할 것은 이같은 결과를 하나카드 측이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는 점이다. 더나아가 하나카드의 의도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을 희생하고 건전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란 지적이다.
이는 관련 지표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53%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나 하락했다.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도 0.77%로 0.27%포인트 낮아졌다. 4분기 기준 NPL(부실채권) 비율도 0.67%로 전년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상승 영향으로 부실채권 등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대출부문을 축소하는 것이 카드업계의 전반적 분위기였다"며 "하나카드의 경우 순이익이 줄었지만, 그만큼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를 진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업력 강화, 롯데카드 인수 포석?···기대반 우려반
이 같은 상황을 하나금융도 그룹 차원에서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은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권길주 전 사장 대신 이호성 전 하나은행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을 하나카드의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앞으로 영업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인사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
이 사장은 금융 최격전지로도 꼽히는 강남·서초 지역의 영업본부장과 영업지원그룹장, 영업그룹총괄 등을 지낸 대표적 '영업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실제 임추위는 해당 인사에 대해 "영업 중심의 조직 문화 변화에 기여해 하나카드가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주력 회사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인수설도 영업중심 전략을 뒷받침한다. 금융권에서 동업종간 인수합병시 협상에 앞서 인수사 입장에서 덩치키우기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고용승계 등 노사문제 등을 의식해서다.
지난해 초 롯데카드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하나금융이 하반기 들어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19년 당시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몸값이 2조원 가량 뛴 데다, 고금리 기조 속 카드사 업황이 부정적인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롯데카드 인수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나카드의 실적 악화로 규모의 경제면에서 롯데카드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다. 한국기업평가는 카드업권 전체의 이자비용은 내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2.8%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췄다. 업황이 위축된 만큼 영업력 강화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제시장이 애플페이나 오픈페이 등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결제시장 재편으로 영업력 강화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대비 개선된 측면은 있지만 올해도 카드사 업황은 부정적이다"면서 "올해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 시점에 영업강화 전략을 내세웠다는 것은 지금보다 수익성 강화에 무게를 두겠다는 정도로 해석될뿐 극적인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