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물가전망 3.3% 올렸지만 점도표(5.1%) 유지
채권시장, 올해 금리인상 종료하고 7월 금리인하 전망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새 30원 가량 급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확산되며, 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29.4원 내린 달러당 1278.3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달 14일(1269.4원) 이후 약 40일 만에 최저치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9.7원 내린 달러당 1298.0원에 개장해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오전 11시 10분경 1280원대를 기록한데 이어 오후 12시경 1270원대에 진입했다. 장중 1276.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배경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시장 해석이다. 전일(현지시간) FOMC에서 미 연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4.75~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불안이 확산된 만큼 동결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6%대 고물가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시장예상과도 부합한다.
주목할 점은 연준의 점도표(Dot-plot)와 물가 전망이다. 연준은 향후 금리전망을 나타낸 점도표 중간값을 기존 5.1%에서 유지했다. 해당 전망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인상은 한차례(0.25%p 금리인상) 남았다.
반면 올해 말 물가전망은 기존 3.1%에서 3.3%로 상향조정됐다. 시장은 물가 전망이 상향됐음에도 최종금리가 유지된 것을 두고 연준의 긴축 여력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해석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인하가 없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강경하게 발언했지만,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 문제가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신용 조건을 더 엄격하게 만들고,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발언도 금융불안 경계심을 높였다. 전일 옐런 장관은 상원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SVB 사태 관련,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1일 모든 예금에 대해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 결과 전일 18달러 중반까지 반등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가 13.33달러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중소형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가 확산됐다. 특히 SVB 사태의 배경으로 연준의 긴축이 지목된 만큼, 파월 의장의 강경한 발언에도 시장은 금리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63.5%가 5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47.9%는 7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33.3%는 연말 기준금리가 4~4.2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긴축 전망이 무너지자 달러 인덱스는 전일 102 후반에서 현재 101.55선까지 하락했다. 반면 유로·달러환율은 전일 1.076달러에서 1.092달러까지 상승했다.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6.9위안에서 6.817위안으로, 엔화 가치는 133엔에서 130.58엔으로 절상하는 등 주요국 통화 가치 강세가 나타났다. 이 같은 달러 약세 흐름이 환율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미 연준의 점도표 유지, 옐런 재무부 장관의 발언 등으로 환율 하락이 예상됐지만, 하락폭이 다소 과했다"며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뒤로 미뤄둔 경기침체 우려가 한꺼번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하락세는 기조적이지 않다. 최근 외환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통상 FOMC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당장 내일이라도 조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