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앞으로 은행이 일부 중요 사업을 폐업하고자 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은행업을 전부 폐업할 경우에만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했으나 지난 2021년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업 폐쇄를 기점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중요 업무에 대한 일부 폐업도 당국의 허가를 거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은행이 영업의 '중요한 일부'를 폐업하거나 양도·양수할 경우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하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됐다.
금융위는 과거 씨티은행 소매금융 폐쇄 당시 인가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업의 전부 폐업은 인가 대상으로 규정됐으나 일부 폐업에 대해서는 인가 대상으로 규정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이후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회사 건전성 훼손 방지,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해 은행업의 일부 폐업에 대해서도 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 은행업 폐업에 대해서도 금융위 인가를 받도록 은행법이 개정됐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중요한 일부' 기준이 구체화됐다.
아울러 은행업 양도·양수의 경우 현행 은행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에 대해 금융위 인가를 받도록 돼 있는데, 이 '중요한 일부'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부수업무 일부를 양도·양수하는 경우도 인가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중요한 일부'를 자산액 및 총이익을 기준으로 전체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영업부문인 경우로 구체화했다. 또 영업을 일부 양도하는 경우에도 자산액 및 총이익을 기준으로 전체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영업부문일 경우 금융위 인가를 받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영업 양수의 경우 자산액 및 총이익 기준에 더해 인수할 부채액이 부채총액 대비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인가를 받도록 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은행이 정기주주총회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을 구체화하고, 주총 보고의무 위반시 과태료 부과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으로 은행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100억원) 이상의 대출 및 지급보증 이용자에 대한 해당 회계연도 중 새롭게 발생한 채권 재조정 현황 등 일정사항을 정기 주총에 보고해야 한다. 또 주총 보고의무 위반시 과태료 부과기준을 3000만원 이하로 구체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한다"며 "이후 법제처 심사 및 국무·차관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오는 9월 22일부터 시행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