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CPI 전년比 5%, 전월比 0.1%씩 상승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15원 이상 급락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5%로 크게 둔화되면서, 달러 강세의 기반이 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왑 체결 소식이 전해지며 환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5.3원 내린 달러당 1310.4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 하락의 주재료는 둔화된 물가상승률이다. 전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상승률(6%) 대비 1%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5.2%)를 하회한다. 전월 대비로도 0.1% 상승에 그치며, 전월 상승률(0.4%) 대비 크게 축소됐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전년 대비 5.6% 상승, 전월 상승폭(5.5%)을 소폭 웃돌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근거로 작용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자, 연준의 긴축 동력도 약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은 65.9%로 전일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시장 참여자의 48.4%가 7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35.5%가 연말 미국 정책금리로 4.25~4.5%를 전망했다. 해당 경로대로면 연내 금리인하가 세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연준의 정책 노선이 물가에서 경기침체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날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해당 침체기를 벗어나는데 2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 여파가 진정될 때까지 금리인상을 잠정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키도 했다.
직후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3.9578%로 전일 대비 1.61%나 하락했으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01.8선에서 101.1선까지 떨어졌다.
반면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1.091달러에서 1.098달러선까지 반등했으며, 파운드·달러 환율도 1.24달러에서 1.25달러선까지 상승했다. 또한 위안화와 엔화 가치도 달러당 6.87위안, 132.9엔선까지 절상하는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급상승했다. 이 같은 달러 약세가 환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올해 말까지 350억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왑 거래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두 기관은 지난해 9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스왑을 추진한 바 있다. 당국은 해당 조치를 통해 외환시장이 불안정할 때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수요를 흡수, 수급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게 된다.
실제 해당 합의 내용이 공표된 오전 11시 직전 원·달러 환율은 1325원선에서 등락하고 있었지만, 발표 직후 급격한 하락세는 보이며 11시 25분 경 1311.8원까지 급락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두 기관은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거래를 재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