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0.16%p 상승···악화된 건전성에 충당금 162% 폭증
수익성도 악화···ROA, ROE 전분기比 1.15%p, 5.26%p↑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지난해 극심한 실적악화를 겪은 하나카드가 올해 1분기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일 하나금융그룹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 4분기(64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순이익 규모다.
앞서 하나카드는 지난해 1분기부터 순이익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며 작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23.4%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8.7% 급감한데 이어 올해 1분기의 순이익 감소폭은 63%까지 확대됐다.
특히 △신한카드(1667억원, -5.2%) △삼성카드(1455억원, -9.5%) △KB국민카드(820억원, -31%) △우리카드(458억원, -46.4%) 등과 비교했을 때 하나카드의 실적 부진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용실적이 늘어났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호성 사장의 영업확대 전략과 맞물려 1분기 총 이용실적은 약 21조원으로 전년 대비 18.5%나 급증했다.
특히 할부 취급액이 2조25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나 증가했으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축소시켰던 카드론 취급액은 약 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8%나 급증했다. 현금서비스 취급액도 8590억원으로 13.8%나 늘었다.
견조한 실적에도 순이익이 악화된 주요 원인은 대손비용으로 풀이된다. 실제 1분기 하나카드의 충당금적립전 영억이익은 1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나 증가했다. 그러나 1분기 충당금전입액이 1047억원으로 전년(400억원) 대비 161.9%나 폭증한 결과, 영업이익(243억원)이 전년 대비 66.2%나 줄게 된 것이다.
대손비용이 늘어나게 된 배경엔 악화된 건전성이 자리잡고 있다. 1분기 하나카드의 총채권이 11조599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 증가에 그친 반면,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132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나 급증했다. 이에 연체율도 1.14%로 전분기 대비 0.16%포인트나 급증한다. 1분기 NPL(부실채권) 역시 93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5.5%나 늘었으며, NPL비율도 0.8%로 같은 기간 0.13%포인트나 상승했다.
고금리 기조 하에 급증한 비용 역시 영향을 미쳤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비용조달의 70%가량을 회사채에 의존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5.536%로 2021년 말(2.372%) 대비 3.164%포인트나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
여전채 금리는 지난 1분기 말 3.952%까지 떨어졌지만, 통상 회사채는 3개월 이상 단위로 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실제 하나카드의 1분기 ROA(총자산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은 각각 0.66%, 3.73%로 전분기 대비 1.15%포인트, 5.26%포인트씩 악화됐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사 특성 상 고금리 기조 하에 영업확대 전략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객 확대를 위해 무이자 할부를 늘리면서 조달비용이 크게 늘었다. 대신 취급액도 크게 증가했으며, 신규회원이 약 34만명으로 전년 대비 12만명 가량 증가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고금리 여파에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분명하나, 미래를 염두에 둔 영업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분기부터는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카드론 취급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또한 올해는 법인 취급액과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관계사와 콜라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