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 내 확산되고 있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확실하게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 같이 발언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재 3.5% 수준으로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로 3.75%를 제시하며,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IT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연기되는 것 같다"며 "특히 중국 경제성장이 내수 중심이다 보니, 주변국으로의 긍정적 효과와 전파 속도가 느리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앞으로 점차 회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며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며, 중국도 재고를 먼저 소진하고 가기 때문에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향후 최종금리 수준 전망과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금통위원 여섯분 모두가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 이유로 크게 두가지다. 먼저 소비자물가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에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여부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직까지는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이 연내 인하에 대해서 반응하고 있는 정도는 좀 과도하다. 지금 국내 금융안정이 작년보다는 개선됐지만, 금리를 너무 조급하게 내릴 경우에 금융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
이런 면들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인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물가가 확실하게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의 성장 전망도 점점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IT하고 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회복이 좀 연기되는 것 같고,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좀 느린 것 같다. 특히 중국 경제성장이 내수 중심이다 보니, 주변국으로의 긍정적 효과와 전파 속도가 느리다.
다만 IT섹터를 제외하면 1.8%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고 본다. 상저하고 패턴도 유지되고 있어 한분기 정도는 연기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1.4% 성장률이 비관적이라고 보는 것 역시 과도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단기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했는데, 최근 금리 변동성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는지? 또 현 물가 둔화 속도가 한은이 보는 전망치에 부합하는지?
△지난 몇 주간 유동성 환수를 통해서 단기금리가 올라간 것은 어떤 면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자금이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가면서 MMF 쪽으로 가면서 단기 금리에 괴리가 생겼다. 그래서 통안채를 통해 조정한 것이다.
향후 RP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 제도 개선과 부작용 등에 대해 시장과 논의를 해서 구조 개선도 같이 하려고 생각 중이다.
물가상승률 변화는 지난 몇달간 생각했던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 근원물가 하락 속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디다.
-가계 대출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8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진정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가?
△보고서에 나온 가계대출을 GDP 대비 80% 수준으로 낮춰야 된다는 것은 굉장히 중장기적인 과제다. 하루 아침에 낮출 수 없고, 낮추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큰 부작용이 있다. 범정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1분기 가계대출이 떨어졌다가 최근 약간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부동산가격이 좀 안정됐고, 특례 보금자리론 등으로 부동산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경제성장률과 고금리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부동산이 과열되거나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향후 금리가 인하국면으로 들어갈 때 부채문제를 더욱 고려할 것이다.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디레버리징할지, 이를 위해 통화정책이 어떻게 기여할지는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등장할 것이다.
-중국 리오프닝이 기대와 달리 내수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그래서 하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한은에서 보는 반도체 저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불확실성이 크지만 앞으로 점차 회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며, 중국도 재고를 먼저 소진하고 가기 때문에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다.
반도체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IT 품목의 5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작년 말이나 연초만 해도 3분기 정도가 저점일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4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몇 가지 좋은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부동산 PF 불안, 전세 이슈, 연체율, 집값 하락 등 금융안정 면에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전 상황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세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단순하게 보면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여러 제도 변화를 통해서 굉장히 올라간 상황에서, 금리를 빨리 올린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단적으로 작년 연말 부동산가격이 급락했을 때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금리조정과 정부정책 등으로 연착륙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본다. 반대로 연착륙 가능성이 너무 커지다보니, 다시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할 정도까지 됐다. 소수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거나 전체적으로 파급되지 않게 정책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연체율은 최근 올라가고 있다.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된다면, 연체율은 내년 초까지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다만 과거 연체율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고, 여러 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할 때 큰 위기로 번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소수의 기관과 취약 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대로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해 어떻게 지원할지를 재정 당국과 노력해서 대응하고 있다.
-최근 미국 디폴트 리스크가 급부상했다. 만약 미국 디폴트가 현실화됐을 때, 국내 경제 파급 효과와 대비책은?
△2011년에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는데, 잠시 타협이 안됐지만 빨리 해결됐다. 디폴트가 나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면, 미국 정치권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펀더멘탈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이 된다고 본다.
오히려 디폴트보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올해 세수 부족 문제와 성장률 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수와 재정정책에 관한 문제는 기재부 소관이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 성장과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를 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다.
또한 세수 부족이 일어난다고 해도 대응방안은 많다. 지출을 조정할 수도 있고,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또 여러 다른 재원을 투자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결국 세수 부족이 얼마나 되느냐, 어떤 방식으로 이를 조달하느냐는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