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6원 가량 급락하며, 1300원대로 내려앉았다. 미 채무불이행(디폴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완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안전자산인 달러는 약세로 전환했고, 위험통화인 위안화와 원화 등은 일제히 반등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5.9원 내린 달러당 1305.7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 지난 4월 14일(1298.9원) 이후 약 1달 반 만에 최저치다.
이날 환율 하락세는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연준 긴축 경계감이 약화되면서 위험선호심리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한데 이어, 전일 미국 연방 상원마저 통과했다. 최근 불확실성을 늘렸던 디폴트 우려가 사실상 해소된 셈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엇갈렸던 연준 의견도, 현재는 금리동결로 모아졌다.
지난달 31일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겸 부의장 내정자는 한 금융콘퍼런스에 참석해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은 위원회가 추가로 정책을 강화할지를 결정하기 전, 더 많은 지표를 볼 수 있게 해준다"라며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금리사이클의 최고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당장 6월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6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건너뛰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도 긴축 종료 가능성을 지지했다. 전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5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6.9로, 예상치(4.7%)를 소폭 하회했다. 또한 하위 항목인 가격지수가 44.2로 예상치(52.3)를 크게 하회했다.
같은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5월 제조업 PMI도 48.4로, 예비치(48.5%)를 밑돌았다. PMI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하회시 업황이 위축될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축소되자, 연준의 긴축 당위성도 약화됐다.
또한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5월 미국 민간 기업들의 고용이 한달새 27만8000개나 증가한 반면, 임금 상승률(전년 대비)은 6.5%로 4월 상승률(6.7%)을 하회했다. 고용발 물가상승 압력 역시 완화된 셈이다.
그 결과 시장 참여자의 77.2%가 다음달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채 2년물 금리는 1.41%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 역시 104 중반대에서 현재 103.46선까지 추락했다.
이에 위험선호심리가 회복됐다. 전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47% 상승 마감했으며,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99% 올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8%나 상승했다.
직후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반등했다. 호주달러의 경우 전일 달러당 1.541호주달러에서 현재 1.512호주달러까지 절상했으며, 위안·달러 환율도 7.123위안에서 현재 7.075위안까지 내려갔다. 특히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는 원화 가치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견조한 외국인 순매수세도 환율 하락에 일조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601.36로 전장 대비 1.25% 상승 마감했으며,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374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868.06로 하루새 0.5% 올랐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ISM 제조업 PMI와 ADP 고용보고서 등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의 완화가 확인된 것이 주효했다"며 "특히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상원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장중 환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위안화 강세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