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토부 장관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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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입이 매섭다.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부실 건설사의 셀프조사는 못 믿겠다', '정말 화가 난다.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라며 GS건설과 호반건설에 대해 공개저격을 하고 나섰다. 건설사들은 다음 타깃이 될까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원희룡 장관은 역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정치인 출신답게 현장을 찾는 등 퍼포먼스에 능하고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출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요 사안에 대해 장관이 직접 설명과 이해를 구하려는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정부부처와 협의 없이 발언하는 듯한 모습은 아쉽기도 하다.

문제는 퍼포먼스가 너무 과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매입하는 것을 두고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는 안 산다"며 산하 기관을 힐랄했다. 벌떼 입찰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1사 1필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화가 난다'며 10년 전 사례까지 다 뒤집어 조사하고 있다. 

GS건설이 공인기관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자체조사까지도 "믿을 수 없다"며 직접 조사를 지시했다. 참고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1100여명의 건축구조기술사들로 이뤄진 전문가 단체로 지난 18일에 열린 GS건설 현장 확인점검 관련 간담회에 고창우 회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해당 업체들은 물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LH 직원들은 국민들을 위한 행동이 원 장관의 말 한마디에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고, GS건설도 건축물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의뢰했지만 이마저도 셀프조사라 치부해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부처 장관이 업계를 다독이고 챙기기는 커녕 오히려 공개 망신을 주고 있는 탓이다. 

특히, 주요 사안에 대해 정치인 마인드로 접근하다보니 실무진들은 시쳇말로 "장관이 싼 똥을 치우려 우리가 피똥 싼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에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원희룡 장관은 "쪽방 등 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핵심적으로 추진한 차수판 설치도 전국 반지하 가구의 36% 정도만 실제 설치를 마친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지난 28일에서야 폭우에 대비해 반지하 등 취약가구에 침수방지시설을 신속 설치하기 위한 '침수방지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을 뿐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원희룡 장관이 조만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국토부를 떠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국무총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원 장관 본인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 정치인 출신 장관들 처럼 결국 정치로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지금처럼 기업들을 공개망신을 주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국토부 수장으로서 현안 해결을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치인 원희룡'의 향후 행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올라가는 집값에 청년은 언제 집사고 아기 나을까. 장관이자 정치인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나민수 건설부동산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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