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銀 IFRS 시스템 구축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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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연기, 3분기에나 개발 착수
국민銀 ‘반면교사’ 설계 분석 열중
부분적 패키지SW 도입 놓고 고심중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시중은행의 IFRS(국제회계기준) 시스템 구축이 좀처럼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자체개발이라는 큰 틀을 잡아놓고도, 패키지SW(소프트웨어)를 어떤 부분에 도입할지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내에 업체선정을 마무리 짓고 개발에 들어가겠다는 당초 계획에서 후퇴해 3분기로 일정이 늦춰진 상태다.

■‘탁상공론’에 열중
우리, 신한, 하나은행이 시스템 구축 일정을 늦춘 것은 국민은행의 영향이 크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빠른 지난 4월 SK C&C-한국IBM-LG CNS 컨소시엄을 SI사업자로 선정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설계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SI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세부적인 구축 방향을 놓고 여전히 탁상공론이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타 은행들은 무리해서 SI업체를 선정하기 보다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진 컨설팅을 좀더 철저히 하는 쪽으로 방향 선회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반면교사’ 역할을 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2단계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자체개발과 SI업체 선정 없이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2단계 컨설팅 사업자 선정을 위한 RFP(제안요청서)를 발송한 상태다. 1단계는 삼일PwC가 맡았다. 우리금융지주 김봉재 재무회계팀 부부장은 “시스템 개발은 4~5개월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또한 2단계 컨설팅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 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 안진 등 3개 회계법인에 RFP를 보낸 상태다. 한영E&Y는 하나은행의 감사를 맡았기 때문에 제외됐다. 하나은행 차세대개발1부 정현식 팀장은 “7월말쯤이면 SI업체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패키지SW의 ‘반전’
일정연기보다 더 큰 장애물은 패키지SW의 도입 여부다. 당초 시중은행들은 모든 IFRS 시스템을 자체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었다. 올초 시중은행들이 CRM SW(소프트웨어)를 걷어내고 자체개발하기로 한 것처럼, 패키지SW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FRS 특수’를 노리던 SW업체들도 공급 사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SAP, SAS코리아, 한국오라클은 당초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미나를 개최하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패키지SW 업체들은 무조건적인 패키지SW 도입이 아닌, 부분적인 패키지SW 도입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 주장은 은행들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컨설팅이 진행되면서 부분적인 패키지SW 도입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IFRS TFT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컨설팅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은 두 가지 구축 방향을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됐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선 부분적 패키지SW 도입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주장
패키지SW 업체들이 가장 강력히 추천하는 분야는 IFRS의 38개 조항 중, IAS(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 32조의 금융상품 평가, 39조의 금융상품 공시, 연결재무제표다. 금융상품 평가 및 공시는 국내에 관련 데이터 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고, 연결재무제표는 패키지SW 도입을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패키지SW 업체의 주장이 먹힐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 IFRS TFT 관계자는 “연결재무제표는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 없어 자체개발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며 “계열사가 적은 기업은행이나, 이미 연결재무제표 시스템을 운영 중인 우리은행에서도 패키지SW 도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이컨설팅 이형로 IFRS 수석컨설턴트는 “패키지SW는 요구사항 변경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 대응에 미흡하다”며 "특히 국내 금융상황 반영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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