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도금 대출 포함, 일시상환 시 가산금리 등 제언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누적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전세자금·중도금대출 등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시키는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17일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재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세 제약, 자산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로, 주요 43개국 중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과도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주요 연구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GDP의 50~80%를 초과할 경우 가계부채가 누적될수록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경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확대는 현재 소비를 증가시킴으로써 단기적으로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가계부채가 임계치를 넘어 과도히 늘어날 경우 원리금상환부담에 따른 소비위축 효과가 부채 확대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에 비해 커지면서 장기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와 연관성이 높지만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문에 대한 대출집중도가 심화되는 등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됐다는 점이다.
국내은행의 업종별 대출자산 비중을 보면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2년 8%에서 2019년 12%로 늘어난 반면, 제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3%에서 19%로 줄어들었다.
또한 산업별 대출집중도를 보면 부동산업의 경우 2015년 이후 대출집중도가 심화되면서, 2022년 기준 GDP 구성비 2배 이상의 대출이 유입됐다. 반면 여타 주요 산업의 경우 대체로 안정적인 대출집중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한은은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꼽았다.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상 총이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큰 가운데,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보다 연체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뒤늦었다. 주요국에서 2012∼2014년에 걸쳐 도입된 차주별 DSR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2019년에서야 활용됐다. 또한 DSR 대상 측면에서도 주요국의 경우 대부분의 대출이 포함되지만, 우리나라는 전세자금·중도금 대출 등을 예외로 인정하는 등 상대적으로 헐겁다.
이에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중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DSR 예외 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일시상환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적용 등을 제언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경기호황 시 자산가격 급등에 대해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 도입을 제안했다. 경기위축과 비효율적 자원 활용 가능성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가계부채의 누증을 억제하고 자산가격 경로의 유효성을 확보해 자산가격 붕괴 시 경기급락을 예방하는 장점이 더 크다는 평가다.
이경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20여년 이상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심화된 문제"라며 "디레버리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해당 과정에서 저소득층은 자금조달에 있어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접근성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초장기 정책모기지나 소액대출상품을 제공하되, 수혜대상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자금 대상과 목적을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