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우회 창구 생산기지 구축···세칙 마련 따른 위험 대응해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중국 화유코발트가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이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소재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화유코발트라는 중국 대기업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유코발트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리사이클링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합작법인은 폐배터리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니켈과 코발트, 리튬을 추출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중국 장쑤성 난징시,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스크랩을 처리하고 폐배터리를 가공하는 전처리 공장, 재활용 메탈을 처리하는 후처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올해 공장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며 예상 가동 시기는 내년 말이다.
신규 합작법인이 생산하는 메탈은 이후 양극재 생산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난징 배터리 생산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포스코퓨처엠과 화유코발트가 경북 포항에 양극재용 전구체와 음극재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1조2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공장은 2027년 포항 블루밸리산업단지 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지난 4월에는 LG화학과 화유코발트가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내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 회사는 1조원 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2026년까지 1차로 5만톤 양산 체제를 갖추고, 2차로 5만톤 설비를 증설한다. 공장은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화유코발트는 세계 1위 코발트 생산기업으로 2002년 설립됐다. 직원 규모는 7000명 수준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화유코발트의 시가총액은 878억 위안(약 16조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630억위안이며, 2020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에 필수적인 니켈·코발트·망간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화유코발트는 이차전지 소재인 코발트와 니켈, 리튬 배터리 원자재 제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코발트 공급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코발트의 83%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 중 화유코발트의 정련 코발트 수입량만 2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화유코발트를 포함해 거린메이, 룽바이 등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IRA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중국산 핵심광물이나 부품을 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세액 공제를 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중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같은 허점을 꿰뚫고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이뤄진 만큼, 국내 배터리 관련 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미국이 합작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중국 기업과 손잡은 국내 기업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