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며,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음에도, 장기 국채금리의 오름세에 달러 강세 흐름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8.9원 오른 달러당 1324.9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 지난 5월 31일(1327.2원) 이후 약 두달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 상승의 주재료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에 기반한 강달러 흐름이다.
전일 미국채 30년물 입찰에서 응찰률이 2.42%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발행금리는 4.189%로 입찰 당시 평균 수익률(4.175%) 보다 높게 책정됐다. 이후 30년물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4.253%까지 올랐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또한 각각 4.84%, 4.11% 수준까지 반등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전일 30년물 미국채 입찰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채 금리 상승폭이 확대됐다"며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타난 미국채의 공급 압력은 채권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달러인덱스는 전일 102선에서 102.5선까지 반등하는 강세를 보인다. 전일 발표된 7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4.7%로 소폭(0.1%p↓) 둔화되면서 긴축종료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오히려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현재 89%까지 올라갔다.
이 같은 강달러에 주요국 통화들은 일제히 절하됐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1.105달러에서 현재 1.099달러까지 떨어졌고, 일본 엔화는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견조한 상승세(3.6%)에도 달러당 144.8엔선까지 절하됐다. 위안화도 달러당 7.22위안선까지 절하되며,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다른 주요국 채권 대비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이에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강달러로 연결되면서 역내외 롱플레이가 다소 과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