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부채의 불똥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튀었다.
한국은행이 22일에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2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은 14조1000억원이 늘어나 1031조2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증가액으로만 보면 1분기 4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하고, 부동산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3분기 20조9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더욱 문제는 이런 증가현상이 하반기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나이제한을 둘 수 있다는 뉘앙스를 흘렸다.
난리가 났다. 만34세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나이가 대출조건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나이가 어때서?" 다들 한마디씩 하신다. 정부는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 은행창구에 가면 만34세를 넘으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다. 정부에서 막지는 않았지만 알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인기를 끈 이유는 연 소득이 같아도 대출만기가 늘어나면 DSR을 낮추거나 대출한도를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한 것도 정부이고 끝내려는 것도 정부다. 작년 12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집값이 폭락하자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는 손대지 말아야 할 대출의 문을 다시 열었다. 특례보금자리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DSR을 일부 무력화시킨 것인데 이제 와서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니 다시 문턱을 높이겠다고 한다.
한번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담기는 어렵다. 전세대출도 그렇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도 그렇고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갔다 온 후가 다르면 정책의 신뢰만 잃는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고 흐름에 따라 부동산 규제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정상적이나 적어도 대출만큼은 그렇게 왔다 갔다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자만 내다가 주택을 팔 때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 대세였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상환하면 되니까 상환부담이 적어서 좋고, 은행은 원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자를 계속 받을 수 있으니 은행과 차주 모두 이득이었다. 가계부채관리와 투기억제라는 명분으로 만기일시상환을 막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원금 균등상환방식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원금과 이자를 50년 동안 갚으면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고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일까?
매년 30만호가 넘는 신규아파트 입주물량 중 전세를 주는 세대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고 잔금을 하는 세대가 얼마나 될까? 어차피 새 아파트를 건설할수록 주택담보대출은 늘어난다. 가계부채총량 증가를 막으려면 신규아파트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담보대출 총량증가보다 오히려 연체율과 상환능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진정한 가계부채 관리 아닐까?
집을 사서 50년 동안 가지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차피 50년 만기 대출도 원리금 조금씩 상환하다가 집 팔 때 모두 갚는다. 결국 DSR을 완화시키는 편법적인 상품일 뿐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나이로 편가르기 해서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기는 일관성 없는 대출정책을 할 바에는 만기일시상환 대출상품을 다시 허용하고 LTV, DSR을 일관성 있게 잘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