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변경 추진어려워 공적 활용 가능성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해소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 오리사옥 매각을 시도 중이나 1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높은 감정가와 건물 용도가 제한돼 번번이 경매가 유찰되고 있어서다.
14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리사옥 매각 입찰 마감 결과, 1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이 업체가 입찰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이로써 16번째 매각 시도까지 불발됐다.
1997년 준공된 오리사옥은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되기 전까지 주택공사 본사로 쓰였다. 2009년 LH로 통합하고 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경기남부지역본부로 사용되고 있다. 대지면적 3만7997㎡, 건축 연면적 7만2011㎡에 본관 지하 2층∼지상 8층짜리 본관과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 별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분당선 오리역 초역세권에 있다. 입지적인 우수성에도 좀처럼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용도가 업무시설과 문화시설로 제한된 데다, 감정가액이 5801억원으로 높기 때문이다.
LH는 2010년부터 꾸준히 오리사옥 매각을 추진해왔다. LH의 부채 비율을 200% 밑으로 낮추려면 자산 매각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LH가 재무 위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2026년까지 부채 비율을 200% 이하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며, 이한준 LH 사장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비율 207%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 비율은 218.7%다.
LH 관계자는 "이만한 규모의 부동산은 매수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다 보니 선뜻 안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LH는 한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성남시와 부지 용도 변경을 두고 협의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LH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 사업 이슈가 불거졌을 때 오리사옥이 언급돼 아무래도 용도 변경에 조심스러운 입장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리사옥 매각이 계속해서 유찰되자 내부에선 매각 대신 공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서울 중구에 있는 옛 사옥을 한국관광 홍보관으로 활용 중이다.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오리사옥 매각을 재추진하려면 또다시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감정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는 배경 중 하나다.
LH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으나, 다른 공공기관 사례를 보면 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시 매각 공고를 낼지 아니면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논의해볼지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