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재고 소진 위해 국고·지자체 보조금 포함 최대 33.2% 할인
추경호 "전기차 판매, 예상보다 저조···내주까지 구체적 지원 방안 마련"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다 충전 인프라 부족, 안전성, 보조금 감소 등을 이유로 전기차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다. 비싼 차량 가격에 비해 충전소가 여전히 부족하고, 충전에 시간도 오래 걸리는 전기차 구매를 소비자들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산·수입차 업계는 쌓이는 전기차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 나섰고, 정부는 수요 견인을 위해 보조금 대상 확대를 검토키로 했다.
21일 국산·수입차 판매실적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전기차 판매 대수는 9만3215대로 전년 동기(8만8917대) 대비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기차 점유율은 8.2%로 전년 동기(8.4%)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할인률은 국산차보다 수입차 업계가 더 큰데, 스텔란티스코리아의 경우 출고가 5300만원짜리 e208 GT를 국고·지자체 보조금 포함 최대 33.2%(1762만원) 할인해 3537만원에 팔고 있다.
BMW코리아는 출고가 8260만원짜리 iX3 M스포츠를 국고·지자체 보조금 포함 최대 20.2%(1670만원) 할인해 658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출고가 8110만원짜리 i4 e드라이브40 그란쿠페 M스포츠 프로는 국고·지자체 보조금 포함 최대 18.6%(1512만원) 할인해 6597만원에 판매 중이다.
기아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판매가 부진하자, 자사 직원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할인 판매 대상은 자사 전 임직원이고, 할인 대상 차량은 5~6월 생산한 EV9 에어, 어스 트림이다. 할인률은 국고·지자체 보조금 포함 최대 30%다. 7000~8000만원대 EV9을 5000만원 초·중반대에 살 수 있다.
기아는 EV9 재고차를 구매한 임직원에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등 유료 옵션도 평생 지원한다. 또 임직원 대상 할인 혜택을 중복 지원하고 2년 판매 제한을 풀어준다. 가령 올해 1월 임직원 할인 혜택으로 그랜저를 샀더라도, EV9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산 그랜저는 바로 중고로 되팔 수 있고, 그랜저 구입 시점으로부터 2년 뒤인 2025년 1월 다시 임직원 할인 혜택을 쓸 수 있다.
출시 전 진행한 사전계약에서 8영업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하며 대박 조짐을 보였던 EV9은 6월 665대, 7월 1682대, 8월 551대를 판매하며 기대와 다른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7월 자동차통계월보에 따르면 EV9 생산 대수는 5월 2004대, 6월 4006대, 7월 2510대다. 8월까지 판매한 2898대를 제외하면 5000대가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나서 전기차 수요 견인에 나서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저조한 것 같다"며 "올 4분기 한시적으로 보조금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약 2조5600억원의 보조굼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올 8월까지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보조금 소진율도 9월 현재 5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는 올 4분기 한시적으로 차량 1대당 국고보조금을 최대 680만원+α로 늘리고, 법인이 같은 차종의 전기차를 재구매하면 일정 기간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재지원 제한기간'을 완화해 지급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는 "다음주까지 관계 부처와 협의를 마무리해 구체적 지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