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더 강화했다.
기존의 칩보다 사양이 낮은 AI 칩을 포함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중국은 물론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도 통제된다. 또 중국으로 전달될 위험이 있는 국가 40여개국에 대한 수출에 추가적인 라이선스를 요구키로 했다.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정인 이번 조치는 △AI칩 규제 강화 △제재 우회 차단 △중국기업 13곳 제재 대상 추가 등으로 구성됐다.
상무부는 우선 새 규칙에서 AI칩에 대한 '성능 밀도' 기준을 추가하고 내부 통신 속도 기준을 제외했다. 이를 통해 AI칩 수출통제의 초점을 성능에 맞추면서 기술적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인 A800과 H800의 수출이 통제된다. 이 칩은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A100칩의 성능을 낮춘 제품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또 AI칩 제재 기준 바로 아래에 있는 일부 특정 칩을 수출할 경우 사전에 정부에 통지할 것도 요구했다.
상무부는 중국의 제재 우회를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나 마카오는 물론 미국의 무기 금수 대상 국가에 위치한 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도 통제키로 했다. 모기업이 중국, 마카오, 미국의 무기 금수 대상 국가에 위치한 기업에 수출하기 위해서도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이라크, 벨라루스 등 미국 무기 판매가 금지된 국가 21곳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에는 이른바 '거부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들 국가는 반도체 장비 판매도 제한된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상무부는 중국으로 재수출될 위험이 큰 40여개 국가로 수출할 때 추가로 라이선스를 받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유형도 추가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다만 상무부는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상업용 반도체 칩에 대한 중국 판매는 허용키로 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규정은 수출통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회피 경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수출 규제 발표 전 가진 브리핑에서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은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미국이 AI 반도체 추가 수출규제에 대해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양 측은 지난 8월 러몬도 상무장관 방중을 통해 수출통제 정보교환 회의체를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