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도 연말보다 신용점수 30~40점가량↑
건전성 관리 영향···당국 "중·저신용 자금공급" 주문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갈 곳을 잃은 대출 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더욱 깐깐히 하는 탓에 중·저신용자는커녕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이들마저도 대출 문턱을 넘기가 힘들어진 모습이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의 신용점수(신규 취급액 기준)는 은행별 평균 908~947점을 기록했다.
이는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으로 1, 2등급에 속하는 점수로,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3등급도 제1금융권 신용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차주 신용점수는 지난해 12월 895~922점을 기록한 후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5대 은행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어섰다.
이는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오름에 따라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의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0.39%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18%포인트(p) 상승했다.
신규연체율도 부쩍 올랐다. 최근 0.10%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0.05%)과 비교했을 때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기 여건 악화와 고금리 지속 등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부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도 상황이 비슷하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가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9월 813~927점으로, 지난해 12월(770~895점)과 비교했을 때 하단은 43점, 상단은 32점가량 올랐다.
이들 3사는 설립 취지에 따라 금융 당국이 매년 제시하는 전체 신용대출 잔액 대비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 비중을 맞춰야 한다.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 금리 인하 등에 나섰음에도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케이뱅크나 토스뱅크 등 일부 은행은 사실상 연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올해 3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 신용대출(무보증) 중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 비중은 △카카오뱅크 28.7% △케이뱅크 26.5% △토스뱅크 34.46% 수준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연말 목표치인 30%에 도달하려면 1.3%포인트(p)만 올리면 되는 반면, 케이뱅크는 32%, 토스뱅크는 44%를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각 5.5%p, 9.54%p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시장 안팎에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절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당국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자금공급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17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도 각 은행별 상황에 맞게 소홀함 없이 이뤄지도록 은행장들이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서민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임에도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은행권이 자금중개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전보다 중·저신용자 포용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당국이 포용금융 확대를 유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당국과 인터넷은행은 내년 새로운 대출 비중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인터넷은행들의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도 "중·저신용자 자금공급을 강조하는 상황이어서 새 목표치가 업계의 기대만큼 조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